1분기 소매유통업체 경기전망…코로나 확산 초보다 더 ‘암울’
‘코로나 쇼크’ 2020년 2분기엔 66
“고물가에 소비 회복 기대감 낮아”
올해 1분기 국내 소매유통업체들의 경기 전망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3년 전보다도 바닥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체들의 경기 전망 역시 2019년 3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2023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64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9일부터 21일까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쇼핑 등 5개 업종 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올해 1분기 전망치는 2009년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73)와 2020년 2분기 코로나19 쇼크(66)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한상의는 “새해에도 고물가, 고금리, 자산가격 조정 등이 해소되기 어려운 가운데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높은 물가 수준 지속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소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든 업종이 기준치(100)를 하회한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진출해 있는 슈퍼마켓(49)과 편의점(58) 등이 특히 낮은 기대감을 보였다. 슈퍼마켓은 경기침체 속에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쇼핑 등과의 경쟁 심화로 매출 회복이 좀처럼 쉽지 않다. 편의점은 최저임금이 올해 9620원으로 전년 대비 5%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전망치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백화점(71)과 온라인쇼핑(65)도 경기 하락세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은 이전 분기까지만 해도 보복소비와 엔데믹 효과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자산가치 하락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고소득 이용객이 많은 백화점도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온라인쇼핑은 엔데믹으로 인한 오프라인 수요 증가가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5개 업종 중 대형마트(83)는 상대적으로 선방이 예상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과 온라인배송 허용 등에 대한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
산업연구원의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제조업체들의 올해 연간 매출 전망 BSI는 93으로 집계됐다. 0~200 범위인 BSI는 100이 현상유지를 뜻하며 0에 가까울수록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이다. 이번 조사에서 대형업체와 중소업체 모두 규모에 상관없이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봤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철강, 섬유 업종 BSI가 86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91), 가전(94), 자동차(98) 등 주요 수출 분야도 100을 넘지 못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는 작년보다 확실히 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완전한 침체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형·박순봉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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