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추락, 강남도 장사 없다
서울 1.05%↓…5주째 1%대 낙폭
고금리에 월세 선호로 매물 적체
신규·갱신 관계없이 ‘감액 계약’
강남, 내년까지 3만2911가구 공급
대규모 입주장, 역전세난 심화 예상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아파트 매매에 집중되면서 서울 전셋값 하락폭이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급락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입주장에 들어가는 서울 강남에서는 전·월세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 버블(거품)이 가라앉는 과정에서 ‘강남발 전세쇼크’ 우려도 나온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05% 하락했다. 전주(-1.15%)에 비해 낙폭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1%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1%대 하락폭은 5주째 이어졌다. 금리 인상 여파로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전세 매물 적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집주인들이 매도 목적으로 내놓았던 아파트를 전세로 돌리면서 전세 매물이 더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정부의 1·3대책 발표 당시 5만3987개였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현재 5만5233개로 늘었다. 강남구 역시 지난 3일 8710개에서 9057개로 전세 매물이 늘어났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 11일 전용면적 76㎡(3층)가 보증금 5억4000만원에 신규 전·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직전 보증금은 7억원이었으나 신규계약에서 1억6000만원이 감액된 것이다. 앞서 지난 6일에는 76㎡(8층)가 직전 보증금(9억원)보다 2억9000만원 감액한 6억1000만원에 갱신계약이 체결됐다. 신규·갱신 계약을 가리지 않고 강남에서도 감액 전·월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도곡동 도곡렉슬 59㎡는 지난 6일 직전 보증금(8억1000만원)보다 5000만원 하락한 7억6000만원에 신규 전·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최근 하락 거래가 다수 발생한 개포주공 5단지 역시 전용 74㎡가 종전 보증금 6억원보다 2000만원 낮은 5억8000만원에 갱신계약이 체결됐다. 이 단지 59㎡(10층)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50만원이던 월세계약이 3200만원에 130만원으로 감액 갱신계약이 체결되면서 월세에서도 감액 갱신계약이 발생하고 있다.
전셋값 하락폭 확대는 전세가율에서도 확인된다. KB아파트의 전세가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는 52.92%로 전월(53.69%)보다 하락했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비율이 낮은 서울 강남구는 46.05%로 KB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비싼 아파트가 강남구에 몰려 있는 영향도 있지만 전세가격 하락도 그만큼 빨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입주장이 펼쳐지는 강남지역의 전셋값 하락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지만 중도금 일부와 잔금을 치르지 못해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일반분양자들의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 ‘강남발 전세쇼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강남의 2023~2024년 입주 예정 물량은 3만2911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57가구)가 2월부터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가고, 서초구 원베일리(2990가구)도 당초 예정(8월)보다는 다소 늦어질 수 있으나 올해 10월 전후로 입주가 예정돼 있다. 강남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지로 조성되는 개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도 올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간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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