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비 껍데기’ 헬멧…33% 더 튼튼하고, 36% 더 친환경

이정호 기자 2023. 1. 1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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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사루후쓰 마을 개발
폐플라스틱 분말 혼합해 재가공
물결 디자인은 충격 완화 효과도

버려진 가리비 껍데기로 헬멧(사진)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플라스틱 헬멧보다 강도가 높은 데다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새로운 기술이 될지 주목된다.

최근 과학매체 ‘뉴아틀라스’는 일본 기업인 고시화학공업과 홋카이도의 어촌인 사루후쓰 마을이 버려지는 가리비 껍데기를 가공해 헬멧을 생산하는 기술을 공동으로 고안했다고 전했다.

사루후쓰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가리비 생산지다. 이곳에서는 매년 4만t의 가리비 껍데기가 나온다. 대부분의 가리비 껍데기는 마을 곳곳에 방치돼왔다. 실제로 고시화학공업이 인터넷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 마을의 해안가에서는 작은 언덕만큼 가득 모인 가리비 껍데기들을 볼 수 있다.

헬멧으로 재탄생한 가리비 껍데기를 가공하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선 가리비 껍데기를 삶아서 살균한 뒤 분쇄한다. 가리비 껍데기의 주성분은 탄산칼슘인데, 이를 갈아 분말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역시 분말 상태인 폐플라스틱을 혼합해 알약 크기의 작은 덩어리로 재가공한다. 그 뒤 헬멧 모양의 틀에 알갱이를 쏟아붓고 강한 열을 가해 녹인다. 마지막으로 이를 식혀서 굳히면 헬멧이 완성되는 식이다.

고시화학공업은 이 헬멧이 보통의 플라스틱 헬멧보다 33% 강하다고 설명했다. 강도가 높은 데는 재료에 단단한 성질의 탄산칼슘이 포함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기에 실제 가리비 모양을 차용한 헬멧 겉면의 물결치는 듯한 디자인도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

회사는 헬멧의 핵심 재료 두 가지, 즉 가리비 껍데기와 폐플라스틱이 이렇다 할 용도가 없던 ‘쓰레기’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대로 뒀다면 공간만 차지하는 폐기물이 됐을 텐데 재활용을 통해 새 플라스틱을 100% 사용한 헬멧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6%나 줄였다고 한다.

고시화학공업과 사루후쓰 마을은 이 새로운 헬멧을 어민들의 작업용 안전모로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 봄부터 시험적으로 사용한다. 헬멧은 흰색·파란색·분홍색 등 5가지로 생산되며, 향후 시장에서 개당 4800엔(약 4만5000원)에 팔릴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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