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가 시위대 체포 막았다”…브라질, 폭동 배후 수사 본격화
보우소나루의 최측근인
전 안보장관 공항서 체포
지난 8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폭동 당일 브라질 군부가 시위대 체포를 가로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정부 고위 관리들이 폭동이 일어난 지난 8일 밤 육군본부 앞으로 달아난 폭동 가담자들을 체포하려 했으나 군에 가로막혔다고 당시 현장에 있던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관리들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0시20분쯤 법무장관, 국방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브라질리아 연방관구 보안장관 등이 시위대 체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육군본부를 방문했으나 군은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캠프에 진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당시 줄리우 세자르 지 아후다 육군 최고사령관이 플라비우 지누 법무장관에게 “여기서는 사람들을 체포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리들은 군인들이 캠프에 있던 자신들의 지인과 친구들이 달아날 시간을 벌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WP는 “이는 군과 경찰, 수천명의 반정부 시위대 사이의 공모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WP는 또 폭동 당시 경비 소홀 혐의로 구금 중인 브라질리아 연방구 군경찰 지휘관 파비우 아우구스투 비에이라 대령의 진술서를 인용해 군은 지난해 대선 이후 당국의 보우소나루 지지자 캠프 철거 시도를 두 차례 가로막은 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당국은 폭동 발생 전 주요 건물에 대한 경비가 느슨해진 점, 시위대가 의회·대법원·대통령궁을 공격할 당시 경찰의 대응이 무기력했던 점, 상부에 휴가를 떠났다고 보고했던 군사경찰 주요 간부가 현장에 있었던 점 등을 들어 군과 경찰 등 내부 공모자들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군사경찰과 군대에 많은 공모자들이 있었다”면서 “부서진 문이 없는 걸 보면 이들(폭도들)이 들어올 수 있게 대통령궁의 문을 열어준 게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브라질 당국은 폭동 배후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날 미국에서 귀국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데르송 토레스 전 브라질 연방관구 안보장관을 공항에서 체포했다.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토레스 전 장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동 조짐을 인지하고도 방관했거나 고의로 막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국은 폭동 전 수도에 집결할 것을 요청한 문자 메시지의 출처와 시위대에게 버스를 제공한 이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애초 당국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애그리비즈니스(자본집약적 대규모 농업)를 겨냥했으나 현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마존 규제 완화로 이익을 본 불법 벌채와 관련된 소규모 기업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대법원이 지난 13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불법 폭동 수사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승인함에 따라 미국 플로리다에 체류 중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강제 소환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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