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차값 최대 20% 전격 인하…기존 구매자들은 “속았다”

테슬라 모델Y 자동차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테슬라가 미국 내에서 찻값을 최대 20% 낮췄다. 전기차 생산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전기차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세단인 모델3·모델S,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Y·X의 미국 찻값을 종전보다 6~20% 인하했다. 로이터는 “인기 차종인 모델Y 롱레인지 기본 가격을 6만5990달러에서 5만2990달러로 낮췄다”면서 “테슬라는 아시아에서 가격을 낮춘 뒤 미국, 유럽, 중동·아프리카 전역에서 가격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할인 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7500달러(약 1000만원)를 적용받기 이전 가격이다. 세액공제 혜택까지 포함할 경우 종전보다 최대 31% 싼값에 신차를 구매할 수 있다.

또 테슬라는 독일에서는 모델3·Y 가격을 옵션 구성에 따라 1∼17% 인하했고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에서도 판매가를 낮췄다. 지난주에는 한국, 중국, 일본, 호주를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약 10%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반값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미국 벤처캐피털인 루프벤처스는 “테슬라가 불경기를 돌파하고자 모델3보다 반값인 모델2를 내놓을 수 있다”면서 “2024년 공개하고 2025년 양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분명 더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테슬라가 공격적으로 찻값을 낮추는 데는 전기차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자동차 업계가 공격적으로 전기차 양산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앞서 전기차 매체인 인사이드EV는 “테슬라의 전 세계 주문량이 작년 7월 약 50만대에서 11월 19만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도요타는 일본 공장에 전기차 전용 생산 설비 설치를 검토하고 있고 폭스바겐은 ID.7를 올해 중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는 미국 전기차 신차 점유율 65%를 점유해 1위를 차지했지만 직전년 72% 대비 내림세다.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투자업체인 구겐하임이 테슬라에 대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강등했다. 테슬라 주가는 1년 전 대비 64.3% 하락한 122.40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구겐하임은 목표 주가를 89달러로 제시했다. 향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구겐하임은 “테슬라가 큰 폭의 가격 인하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만큼 4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웰스파고는 130달러에서 100달러로, 씨티그룹은 176달러에서 140달러로 낮춰 잡았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발 수요 감소다.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3.8%로 낮게 잡았다. 수요가 늘어날 여력이 없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12월 테슬라의 중국내 판매는 11월 대비 44% 감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CNBC는 “현재 전기차 시장은 2000~2001년 아마존과 이베이가 맞닥뜨린 것과 매우 유사한 역학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일부 업체들이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에 현금 여력이 적은 전기차 기업을 중심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업체들의 현금 보유액에 민감하다.

CFRA리서치의 개릿 넬슨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3분기 말에 약 210억달러의 현금을 창출했고 4분기에도 40억달러 이상 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테슬라의 현금 고갈 위험은 없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중간 단계에 있는 전기차 전문 업체들이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테슬라는 211억달러, 리비안은 133억달러, 루시드는 38억5000만달러, 피스커는 8억2900만달러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AXS인베스트먼트의 그렉 바수크 최고경영자(CEO)는 “갈수록 대차대조표가 안전한지 그리고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지를 보고 투자를 한다”면서 “현금 창출 여력이 없는 일부 전기차 업체들은 경기침체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할인 전 테슬라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해 9월 7만7000달러를 주고 모델Y를 샀다는 메리앤 시먼스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속은 것 같다. 소비자로서 이용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만3000달러는 막 테슬라를 산 사람들에게는 절망감을 주는 큰 할인”이라며 “다시는 테슬라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할인으로 중국 일부 매장에서는 시위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구매자 잭 브래드햄은 “지난해 말 테슬라 블랙 모델Y를 샀는데, 내가 지불한 6만9000달러보다 현재 1만2000달러가 더 싸다”고 억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