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대 나경원…갈등 복판에 선 ‘윤핵관’, 권력 게임 치닫는 여권

정대연·조문희·문광호 기자 2023. 1. 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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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유승민” “제2 진박감별사”
장제원·나경원, 정면 충돌 양상
국민의힘 ‘총선 공천권’ 다툼
‘20대 때 패배 재연’ 우려 나와
정진석 “대통령 비판 땐 제재”

장제원 의원(왼쪽 사진)을 비롯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나경원 전 의원(오른쪽)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윤핵관이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 낙인찍기로 축출하려 하자 나 전 의원은 장 의원을 ‘제2의 진박감별사’라고 규정했다. 오는 3월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권력투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격한 반응에는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는 분열로 인한 총선 패배 우려가 제기된다.

나 전 의원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느냐”며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장 의원 등의 ‘탄압’을,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이한구 전 의원 등 친박근혜계가 비박계 솎아내기에 나서 총선에서 참패한 과거에 빗댄 것이다. 당시 권력 주류였던 친박계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진박 인증마크’를 받지 못한 비박계 의원들을 솎아냈다. 결과는 총선 참패였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122석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 더불어민주당(123석)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주면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된 지난 13일 “유승민·이준석과 뭐가 다르냐” “반윤 우두머리”라고 비난했고 전날도 “정치낭인들에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에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부담이 되는지는 이미 잘 나와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장 의원은 “결코 제2의 진박감별사가 될 생각이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응수했다. 배현진·박수영 의원 등 윤핵관들도 나 전 의원의 상황을 유명 할리우드 영화 <나홀로 집에>에 빗댄 ‘羅(나경원)홀로 집에’라는 표현을 SNS에 올리면서 “안타깝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감별사는 장 의원을 겨냥한 말이냐’는 질문에 “국민과 당원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여권에선 윤핵관에 대한 비판과 당 분열 우려가 쏟아졌다. 5선 서병수 의원은 SNS에서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비전은 없고, 줄 세우기뿐”이라고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홈페이지에 “나 전 의원이 그렇게 비난받을 일을 했는가”라며 “내부 갈라치기부터 하면 선거 후 모습이 지극히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이번 전당대회는 누구 밀어서 사무총장 해서 공천 파동 일으키고 싶다는 사람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장 의원을 겨냥했다.

당권 주자들도 일제히 윤핵관 공격에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특정인을 향한 위험한 백태클이 난무한다”며 “진박감별사와 비슷한 행태가 재현되는 것은 우리가 망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심에만 아부해 당을 망친 자들은 반드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상현 의원은 “더 이상 책임 없는 호가호위를 하지 말라”고 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대표 출마자는 물론 당원들은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를 대통령을 공격하고, 당을 흠집 내는 기회로 사용하지 말라”며 “이런 분들은 당과 선관위원회가 즉각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권력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가보다”라고 비판하며 “지금이 일제강점기인가, 군사독재 시절인가 아니면 여기가 북한인가”라고 반박했다.

당내선 “완장을 찬 무리” 비판…“사태 원인은 윤 대통령” 분석도

국민의힘에서는 내년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선인 조해진 의원은 “과거에도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다가 분열해 총선에서 참패하고, 그 때문에 탄핵을 못 막은 것”이라며 “또다시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걸 보면 정말 한심하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완장을 찬 무리(윤핵관)가 당의 중요한 포스트를 차지한다면 총선은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욕심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야 하고, 또 자신의 의중을 충실히 따를 의원들이 필요하다. 윤핵관들이 나 전 의원을 눌러앉히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사태 원인은 윤 대통령이다. 당대표에 자기 사람을 심어 총선 때 자기 사람을 공천하고 싶은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주류의 독주에 그 외 인사들이 반발하는, 당내 권력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정대연·조문희·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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