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수사받는 초등 교사… 동료 1800명이 선처 탄원한 까닭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40대 여성 교사가 검찰에 송치됐다. 교실에서 싸우는 학생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책상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는 이유에서다. 동료 교사 1800명은 이 교사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나섰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일 40대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작년 4월 12일 광주 시내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발로 책상을 밀어 넘어뜨리고, 학생이 작성한 반성문을 찢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아동 학부모가 A씨를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흥분한 학생이 다른 학생과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아, 주목을 끌기 위해 멀리 있는 책상을 넘어뜨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반성문을 찢은 이유에 대해서는 “학생이 친구와 다툰 사실을 반성문에 기재하지 않는 등 뉘우치는 모습이 없어 재작성하라는 취지에서 한 일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관련 판례 등을 검토한 결과, A씨 행동을 정서적인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난달 초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법제처에 따르면 정서학대는 아동학대 유형 가운데 하나다. 성인이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등 가학적인 행위를 말한다.
A씨는 자신의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자 주변에 탄원서를 요청했다고 한다. 교사가 학교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보더라도, 계도할 교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광주교사노동조합은 최근 지역과 전국의 교원들에게 A씨에 대한 연명 탄원서를 받기 시작했고, 사흘 만에 1800여명이 동참했다.
광주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실제로 비슷한 상황을 겪는 교사들이 많고, 피소되는 경우도 적잖다”며 “학교 현장이 이렇게 무너져가고 있다는 현실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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