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UAE는 최고 파트너"… 원전·수소·방산 40여건 MOU 체결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가 한국에 사상 최대 금액 투자를 약속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브리핑을 갖고 "금번 투자금액은 유사 협력투자 사례를 감안할 때 압도적으로 큰 금액"이라면서 "영국에 투자한 100억파운드, 약 122억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중국에는 50억달러, 프랑스에 15억유로를 약속한 바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간은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았지만, 내년까지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석은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내년도에 한국에 큰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면서 "한국 기업의 성장성, 우수성 그리고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숫자(300억달러)가 나왔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부연설명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한국에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 이 수석은 "2009년 12월 바라카 원전 수주가 결정되고, 14년째인데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고 전제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된 기일 내 정상적인 절차로, 예산 범위 내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왔다. 지난 10년간 한국이 보여준 약속 이행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사례라 UAE는 한국을 대단히 신뢰한다"고 말했다.
투자는 원전, 방산, 수소, 태양광 등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단행될 예정이다. 이 수석은 특히 원전에 대해 "기존 원자력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높은 수준의 차세대 원전 개발에 투자될 것"이라면서 "이 밖에도 수소, 풍력, 태양광, 신재생 에너지, 방산 등 분야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고 밝혔다. UAE는 아부다비투자청, 무바달라투자회사, 아부다비개발지주사 등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국부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무바달라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펀드가 투자할 수도 있다. 일단 양국은 투자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투자 이행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 속도감 있게 일을 진행시킨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통 큰 투자를 결정한 알 나하얀 대통령에게 "투자수익뿐만 아니라 UAE의 지속가능한 중장기 발전에 이 투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꼼꼼히 챙기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또 윤 대통령의 한국 초청에 알 나하얀 대통령은 "한국은 이미 마음속 '제2의 고향'이다. 기쁜 마음으로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각종 양해각서(MOU) 체결도 이뤄졌다. 이날 양국 정상이 임석한 자리에서 체결된 MOU만 13건이다. 이 MOU 역시 UAE 국부펀드가 집중 투자할 원전과 방산, 에너지, 수소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오일머니' 그 이상을 꿈꾸는 UAE와 전 세계를 뒤덮은 경제불황을 수출로 넘겠다는 대한민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UAE 입장에서는 '포스트 오일시대'를 준비하면서 자신들이 가진 '오일'을 활용해 미래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원자력과 수소다. 이미 한국이 수출한 바라카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UAE는 자국 원자력 발전소 유치를 넘어 한국과 손잡고 제3국에 원전 공동진출을 하려고 한다. 이런 차원에서 체결된 양해각서가 바로 '넷 제로 가속화 프로그램 MOU'다. 여기에는 SMR 기술개발 등도 포함됐다.
한국의 현대차그룹 등이 강점을 갖고 있는 수소 분야에 있어서도 협정을 맺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수하일 마즈루아이 에너지인프라부 장관은 '도시 내 수소생산·저장·운송·활용분야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막대한 석유파워를 갖고 있는 UAE지만 미래 에너지 대비를 시작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세계 5위의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석유를 수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내 석유수급 위기 시 한국이 계약물량에 대해 우선구매권을 행사하는 내용의 '한-UAE 국제공동비축 사업'도 추진한다. 방산 역시 협력 강화가 예상되는 분야다. 우리나라의 방위사업청장과 UAE의 타와준 경제위원회 사무총장은 '전략적 방위산업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 수석은 이번 국빈방문 정상회담의 의의에 대해 "양국 정상이 신뢰를 구축해 기존 원전이나 인프라 외 전방위로 협력이 강화됐다"면서 "정상외교를 통해 UAE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함으로서 윤 대통령이 강조하던 경제중심 정상외교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한 것도 의미"라고 밝혔다.
[아부다비/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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