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오른 권순우... 올 첫 메이저 호주오픈서도 새 역사 쓸까

박강현 기자 2023. 1. 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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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시즌 첫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이 16일부터 호주 멜버른에서 약 2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치른 최종 ‘모의고사’에서 깜짝 우승을 하며 기세가 오른 권순우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약속의 땅’ 호주에 마침내 돌아온 노바크 조코비치와 2연패(連霸)를 노리는 라파엘 나달 중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도 관심사다.

권순우가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결승전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26위·스페인)을 꺽고 우승을 차지했다./호주테니스협회/뉴시스

◇한국 테니스 역사 쓴 권순우, 3회전 이상 겨냥

권순우는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결승전에서 2시간 42분 혈투 끝에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구트(35·스페인·26위)를 세트스코어 2대1(6-4 3-6 7-6<7-4>)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는 2021년 9월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에서 첫 투어 우승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003년 1월 시드니 인터내셔널에서 한 차례 우승한 이형택을 제치고 한국 선수론 최초로 투어 통산 2회 우승을 이뤄냈다. 특히 예선에서 떨어졌지만, 본선 불참자가 나오며 ‘러키 루저(lucky loser)’로 합류해 극적으로 우승까지 거머쥐어 더 값졌다. 권순우는 “러키 루저로 올라와서 부담이 없었는데, 갈수록 간절함이 생겼다”고 말했다.

권순우가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기세를 올린 권순우는 16일 개막하는 새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3라운드 이상 진출을 목표로 한다. /AP 연합뉴스

눈에 띄게 개선된 부분은 체력과 서브 및 리턴 샷이다. 권순우는 전날 4강전에서 3시간 가까운 접전을 벌였는데 하루 만에 나선 결승전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마지막 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개인 최고 시속 210㎞의 서브를 꽂아 넣으며 서브에이스(11-5)에서 앞섰다. 상대가 손을 쓸 수 없는 위너는 42개를 때려 23개에 그친 아구트를 압도했다.

이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미국 플로리다에서 약 한 달간 고강도의 체력 및 스트로크 훈련을 하며 얻어낸 결과다. 권순우는 지난해 11월 말 플로리다로 향해 일요일 쉬는 날을 제외하고 주 9회 체력 훈련을 소화했다. 코트에선 3㎏의 메디슨 볼을 스트로크 치듯이 옆으로 던지는 훈련을 통해 샷 능력을 보강했다. 권순우는 서브 비결에 대해선 “스피드를 위해 힘을 빼고 코스를 보면서 성공률을 높이려고 했는데, 오히려 힘이 잘 받았다”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그와 동행한 유다니엘 코치는 “(권)순우가 최근 본인에게 맞는 부드러운 라켓을 찾아 어깨에 압박이 덜 간 것도 주효했다”면서 “공격적으로 리턴하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이보다 나을 수 없었다”고 했다.

권순우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21년 프랑스오픈 3회전이다. 호주오픈 전초전 대회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탄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권순우는 16일 세계 123위인 미국의 크리스토퍼 유뱅크스와 1회전에서 만난다.

노바크 조코비치(5위·세르비아)가 11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리는 호주 오픈 경기 앞두고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와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9회 우승으로 대회 최다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 조코비치와 나달의 동상이몽

조코비치는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 출전하지 못했다. 코로나 백신 미접종 상태로 출전하려다 호주 정부와 법정 다툼 끝에 추방당했다. 이때만 해도 호주오픈은 선수·코치·자원봉사자 등이 전부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정상에 오른 그의 대회 4연패 도전은 무산됐고, 빈자리는 ‘라이벌’ 라파엘 나달이 채웠다. 나달은 결승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2009년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호주오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5일 스페인의 나달이 호주 멜버른에서 호주오픈을 앞두고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올해는 방역 기준이 완화되며 조코비치의 출전이 가능해졌다. 테니스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조코비치와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바라본다. 호주오픈에서만 통산 9번 우승하고 메이저 대회에서 21차례 웃은 조코비치는 나달의 최다 우승 기록(22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한다. 나달은 2연패로 조코비치와의 격차를 더 벌리길 희망한다.

최근 컨디션은 조코비치가 낫다. 지난 8일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1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예열을 마쳤다. 나달은 최근 7경기에서 1승 6패라는 낯선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둘은 대진표 반대편에 속해 결승전에서나 만날 수 있다. 조코비치는 “나는 최고가 되기 위해 계속 테니스를 하고 있다”며 “호주오픈에서 많은 성과를 맛봤다. 올해도 성공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달은 “작년에 우승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면서 “차근차근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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