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에 추태·말리는 직원은 폭행…기술보증기금 이사 징계 조치 ‘감감’
한 달 넘게 징계위 소집 안 돼
‘윤 정부 임명에 쉬쉬’ 뒷말도
중기부, 관련 의혹 조사 나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산하기관인 기술보증기금(기보) 고위간부의 성추행·폭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돌입했다. 연말 회식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기보 차원의 징계 조치에 앞서 필요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난 점 등을 들어 처리 속도가 더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13일 기보 A이사는 회식을 마친 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여성 간부 B씨의 손등에 뽀뽀를 했다. 이를 목격한 남직원 C씨가 말리자 A이사는 뒤통수를 때렸다. 이 과정에서 C씨가 경찰을 불렀고 화가 난 C씨가 스스로 손으로 벽을 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생겼다. 추가적인 성추행이나 폭행은 없었지만 술에 취한 A이사는 사건 당일 B씨와 C씨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이튿날 기보 내부적으로 성추행·폭행 문제가 불거질 조짐이 일었다. A이사는 피해자들에게 차례로 사과했다. A이사는 “필요하면 제가 사퇴라도 하겠다”는 의사를 C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폭행 피해를 입은 C씨는 A이사의 사과를 수용하지 않았다.
회사 안팎에서는 사건 발생 후 한 달이 넘도록 A이사를 상대로 징계위원회가 소집되지 않은 데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감독기관인 중기부의 조사 속도나 기보 내부 태도 등에 비춰볼 때 이번 사건을 경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이사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임명된 인사이기 때문에 중기부나 사측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이사가 기보에 들어올 때 국민의힘 D의원이 추천했다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충분히 사표가 수리될 만한 일인데 그렇게 되지 않아서 정치권 눈치를 본다는 말이 도는 것”이라고 했다.
A이사는 사건 당일 상황에 대해 “오후 8시30분쯤부터 해서 기억이 없다”며 “옆에 계셨던 분들의 증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건 발생 후 사흘이 지나서 B씨에게 ‘만약에 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하시면 경영진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사의라도 표명하겠다’고 했다”며 “B씨는 ‘성 문제는 아니었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다만 A이사는 이번 사건이 중기부 조사 도중 바깥으로 새나간 경위에 대해 “최근에 인사가 있었고 기보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이 나왔다”면서 “저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이사는 직원 1500명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이런 얘기들이 나가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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