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당민주주의 훼손하는 윤 대통령·윤핵관의 ‘뺄셈 정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전격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는 형식이 아니라, 징계성 의미가 강한 해임을 택했다.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이 사의를 밝히지 않은 기후환경대사직에서도 그를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에 항의하며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을 던지겠다고 하자 ‘친윤석열계 파문’을 의미하는 감정적 조치로 대응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임명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
‘윤핵관’들은 나경원 찍어내기에 나섰다. 장제원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든 없든 ‘꼭 내가 당 대표가 되어서 골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필요없다”고 했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영화 <나홀로 집에>의 아역 주인공과 나 전 의원 얼굴을 나란히 실은 뒤 ‘羅(나경원)홀로 집에!’라는 자막을 단 사진을 게시했다. 여권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이 장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흠결’ 탓에 장관직에 오르지 못했다는 설까지 퍼트리고 있다. 국정 운영의 주요 축인 집권여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조롱과 희화, 인신공격으로 뒤덮이고 있으니 보는 국민의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했다. 2016년 총선 공천 때 진실한 박근혜계(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비박 후보들을 찍어냈던 친박 핵심인사들에 윤핵관들을 비유한 것이다. 나 전 의원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음은 지적하고자 한다. 윤핵관들이 홍위병 흉내를 내는 한, 국민의힘은 거수기 여당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윤핵관들을 동원해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냈고, 여권은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하고, 국정운영은 엉망이 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민생을 보듬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일보다 내년 총선을 앞둔 권력투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박근혜 청와대’와 친박계에 휘둘렸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결국 어떻게 됐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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