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일본 ‘군사대국화’ 지지, 정교한 대응전략 세워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전후 일본의 최대 안보정책 전환인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일의 이해관계가 접점을 찾으며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이들과 입장이 완전히 일치할 수 없는 한국은 정교한 전략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미·일 정상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일본의 방위능력 증대를 담은 안보문서 개정을 환영했다. 성명에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 대만 문제 협력, 한반도 비핵화 및 한·미·일 협력, 대러시아 제재, 공급망 협력 등이 담겼다. 미국은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를 돕기 위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수백 기를 일본에 이전하기로 했다. 대만과 인접한 중·일 영토갈등 지역에서 미군 기동성을 높이는 주일미군 편제 개편도 하기로 했다. 요약하면,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를 미국이 완전히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2차 세계대전의 승전·패전국으로 시작한 미·일관계는 약 80년 동안 부침이 있었지만, 대체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이번 회담은 그 흐름의 완결판에 가깝다. 미·일이 각각 맡아온 ‘창’과 ‘방패’의 역할 분담을 조정하는 미·일 안보협력지침 개정 정도만 남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평화헌법의 전수방위 원칙을 허물고 일본이 위협에 처할 경우 적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며, 2027년까지 방위비를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미·일 정상들 의도대로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본 내에서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졌지만, 세계 3위 군사대국급으로 방위예산을 늘리기 위한 증세에는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다. 지지율이 낮은 기시다 총리는 미국의 지지를 근거로 여론에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언젠가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리라는 점은 예상돼온 바다. 북한의 핵 위협에 나란히 직면한 한·일의 안보협력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대중국관계 등을 보는 지정학적 관점이 일치하지 않는다. 한국이 중국 견제에 치우친 미·일의 밀착을 전폭 지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울러 일본은 과거 주변국 시민들에게 저지른 악행에 반성과 사과의 자세를 보이며, 남아 있는 문제들에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협력에 진지하게 임하되 과거사 문제를 분명히 짚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치밀한 전략적 대비가 절실하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과 합의 도출 과정을 충분히 거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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