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평양 폭격’ 사진 공개
한국전쟁 시기 미군 공중폭격에 대해서는 민간지역 폭격을 부정하는 주장과 초기부터 무차별 폭격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맞서왔다. 한국전쟁 연구자 김태우는 두 ‘신화’를 벗겨내기 위해 미 국립문서보관소와 미공군역사연구실 문서 10만장을 뒤졌다.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미 공군 조종사의 ‘일일임무보고서’였다. 일일임무보고서는 미군 지도부에 의해 검열되지 않은 1차 사료여서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였다. <폭격: 미공군의 공중폭격 기록으로 읽는 한국전쟁>(창비)으로 2013년 출간된 연구에 따르면 미군은 전쟁 초기 군사목표에 한정한 ‘정밀폭격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전폭기는 항속거리가 짧아 목표지역에서 정찰 후 폭격을 수행하기 어려웠고, 전폭기를 안내하는 전술항공시스템은 불안정했다. 조종사들은 단시간 내에 육감과 우연, 자의적 판단에 의해 표적을 식별·공격해야만 했다. 오폭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전황이 악화되자 정밀폭격 정책은 무차별 폭격으로 변질됐다. 맥아더 사령관은 1950년 11월5일 북한 도시와 농촌지역도 군사목표로 간주해 불태우라고 명령했다. 정전협정 2개월 전에는 저수지와 전답까지 폭격 대상이 됐다.
알려진 대로 당시 미군은 핵 폭격도 공언했다. 브루스 커밍스의 연구에 따르면 B-29 폭격기가 1951년 9월부터 두 달간 핵무기 모의폭격을 실시했다. 북한 지도부는 떨어지는 폭탄이 핵무기인지 재래식 폭탄인지 분간할 수 없어 전전긍긍했다. 북한의 핵 개발 집착은 공중폭격으로 형성된 ‘트라우마’와도 무관치 않다.
주한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9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한국전 알고 계신가요’라는 제목으로 평양 폭격 사진을 공개했다. 1951년 1월9일 일본 요코타 기지에서 출격한 B-29기가 평양 상공에서 여러 발의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등이다. 북한의 전술핵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가 굳건함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안심시키는 한편 북한에 경고를 보내는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악몽을 일깨우는 사진 공개가 북한의 핵 집착을 오히려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비록 사진이지만 한반도가 폭격되는 광경을 접해야 하는 현실도 달갑지 않다.
서의동 논설위원 phil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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