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공감의 진심…고마움의 눈물 빛난 영화계

조연경 기자 2023. 1. 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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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영화 '유령(이해영 감독)' 언론시사회와, 12일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연상호 감독)' 제작보고회는 배우들의 깜짝 눈물로 이목을 집중 시켰다. |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사진=JTBC엔터뉴스〉

진심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이유 있는 눈물이 아닐 수 없다. 연 이틀 깜짝 눈물 바다를 마주해야 했던 영화계 현장. 다사다난 했던 지난 시간을 다시금 확인 시킨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오후 영화 '유령(이해영 감독)' 언론시사회, 12일 오전 '정이(연상호 감독)' 제작보고회가 진행 된 가운데, 공식 석상에서는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배우들이 울컥한 심경을 고스란히 내비쳐 이목을 집중 시켰다. 기쁨과 위로, 고마움과 그리움이 '공감'으로 어우러진 모습이 또 다른 공감을 자아냈다.

또한 오랫동안 지속 된 바이러스 여파로 침체기에 빠진 영화계는 쉽게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때마다 한 번 씩 숨통을 트이는 영화가 등장하긴 하지만 관객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100% 돌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배우들을 비롯해 많은 영화인들도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이 사실.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뒤엉켜 툭 터진 눈물은 덮어두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부른다.

지난 11일 진행된 영화 '유령(이해영 감독)' 언론시사회에서 이하늬와 박소담, 이해영 감독이 현장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깜짝 눈물을 보였다. |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유령'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해영 감독과 배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가 참석했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오는 18일 개봉하는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 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작품.

시사회 직후 작정하고 공들인 연출에 캐릭터 하나하나 신경 않은 구석이 없는 영화가 흡족함을 자아낸 가운데, 특히 빛난 두 여배우 이하늬와 박소담에 대한 호평이 속속 쏟아졌다. 출산과 암투병 후 첫 복귀작이라는 의미를 굳이 논하지 않아도 "배우들도 흡족해 할 만한 결과물 아니냐"는 반응이 우세했다.

이를 증명하듯 이어진 간담회에 등장한 배우들이 얼굴은 새삼 밝았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출연한 작품에 대놓고 불만을 표하는 배우들은 당연히 없지만 말하지 않아도 감지되는 분위기가 있다. 개봉 고지 후 홍보 과정 내내 남다른 팀워크를 보여준 '유령' 팀은 관객 평을 궁금해 하면서도 꽤 후련해 했다.

이 과정에서 박소담은 영화 안팎에서 의지가 된 이하늬에 대한 고마움을 털어놨다. "이상하게 하늬 선배님 목소리만 들으면 위안이 된다. 차경과 유리코 뿐만 아니라 이하늬와 박소담이 만났을 때도 그렇다. 혼란스러웠던 시기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났고, 선배님께 받았던 에너지가 너무 컸다"고 고백했다.

순식간에 눈시울을 붉힌 박소담은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결국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갑상선 유두암으로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두 얼굴에 가까운 캐릭터를 소화해야 한다는 배우로서 숙제도 책임이자 부담으로 작용했을 터. 이하늬는 그런 박소담에게 든든한 의지가 됐다.

애정 하는 캐릭터를 만나 행복하게 연기했다는 이하늬는 기분 좋은 벅찬 감정에 후배이자 동료의 진심까지 더해지자 역시 함께 눈물을 보였다. 압권은 이를 지켜 본 이해영 감독의 눈물. 설경구는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 감독을 살짝 놀리기도 했지만, 모든 상황이 '유령'에 대한 호감도를 쭉쭉 높였다.

지난 12일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연상호 감독)' 제작보고회에서 김현주와 류경수가 고(故) 강수연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눈물 바다는 한 번 더 이뤄졌다. '정이' 팀의 눈물 매개체는 고(故) 강수연이었다. 20일 공개되는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작품 속 배우가 아닌 충무로 대표 영화인으로 오랜 시간 곳곳에서 영화계 살림살이를 도맡아 했던 강수연이 오랜만에 선택한 신작으로 주목도를 높였지만, 황망하게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유작이 되고 말았다. 고 강수연은 지난 해 5월, 향년 55세의 나이로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실제 작품에서도 크로노이드 연구소 정이 프로젝트 담당자이자, 윤정이의 딸로 분한 강수연은 건강한 모습으로 단단하고 묵직한 아우라와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힘이 대단하다. 강수연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한 감독, 배우들은 더욱 더 남다른 감정일 터.

연상호 감독은 "현장을 정말 좋아하는 배우였고, 후배 배우들을 잘 챙기는 선배였다. 모임도 많이 주선해 우리가 한층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촬영하면서 편한 공간에 다 같이 모여있었던 기억들이 많이 남아 있다. 꼭 영화를 좋아하는 학생들끼리 동아리에 모여 이야기 하는 느낌이었다. '기억의 중요성'을 상기 시켜 준 선배였다"고 회상했다.

극중 타이틀롤 정이 역을 맡아 강수연과 모녀 호흡을 맞춘 김현주는 "현장에서는 선배나 어른이 아닌 동료로 있어 줬던 분이다. 굉장히 열정적이었고, 배우로서 고민도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 밖에서는 후배들을 많이 챙겨주는 선배였다. 만약 강수연 선배가 안 계셨다면 류경수, 연상호 감독과 같은 좋은 친구들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선배에게 더욱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크로노이드 연구소장으로 강수연과 시종일관 함께 하는 상훈 역의 류경수는 "선배님과 현장에서 90% 이상 함께 연기했다.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을 많이 투영해 '선배 바라기'처럼 있었다. 선배 같은 어른이 되고 싶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자리를 빌어 '강수연 선배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저에게 큰 영광이었다'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는 진심을 표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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