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교 시험대’ 한·UAE 정상회담, 대통령실 “UAE, 한국에 300억 달러 투자 결정”

유정인 기자 2023. 1. 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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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사열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양국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UAE 측은국부펀드 등으로 한국에 300억달러(한화 약 40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와 함께 양국은 원전, 에너지, 투자 등 전방위에서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 정부는 UAE 투자 결정과 각종 분야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실질적 성과로 강조하며 ‘경제 외교’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 둘째날인 이날 오전 11시 아부다비의 카사르 알 와탄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같이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 초청으로 14~17일 3박4일 일정으로 UAE를 찾았다. 1980년 양국 수교 이후 한국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중동 지역 방문이기도 하다.

두 정상은 확대회담과 단독회담 순서로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 관계 발전 의지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원자력 협력, 에너지, 투자, 방산 등 4대 핵심 협력 분야는 물론 미래 협력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자)”며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킬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길 강하게 희망한다”면서 “(전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획기적으로 확대해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300억 달러 투자유치, 13건 MOU 체결…‘경제 외교’ 첫 시험대 성적표는

정상회담에선 UAE의 300억달러 한국 투자가 결정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300억달러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투자수익뿐만 아니라 UAE의 지속가능한 중장기 발전에 이 투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꼼꼼히 챙기겠다”고 화답했다. 300억달러는 아부다비투자청의 국부펀드 등을 포함해 전체 UAE 차원의 투자 액수가 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브리핑에서 “(UAE) 국부펀드 등이 에너지, 원전, 수소, 태양광, 방산 등의 한국 기업에 300억달러를 투자하고 한국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투자의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볼 때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경제 분야에서 한층 더 강화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UAE 순방은 윤 대통령의 ‘경제 외교’ 첫 시험대로 꼽혔다. 일단 UAE 측이 300억달러 투자 결정을 밝히면서 정부의 ‘경제 외교’ 추진 행보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투자 유치금을 원전과 방산, 수소·태양광 에너지 분야 등 양국의 전략적 협력 분야에 고루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 규모는 UAE가 개별 국가와 약정한 투자액 중 가장 많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투자 결정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구두 약속으로 이뤄졌다. 투자 시점과 구체적인 투자 대상 등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정상간 투자 합의가 실제 투자로 차질없이 진행되는지가 향후 관건이다. 이 수석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직접 구두로 윤 대통령에게 투자 결정을 밝혔고 구체적인 분야를 명시했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는 산업은행과 민간기업 등이 참여해 양국간 투자 파트너십이 원활하게 체결되도록 지원하는 가칭 한·UAE 투자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두 정상이 자리한 가운데 13건의 MOU도 체결됐다. 300억달러 투자 분야와 연관된 분야의 MOU가 다수 포함됐다. 투자 부문에선 ‘산업은행과 무바달라 간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 MOU’가 체결됐다. 무바달라는 아부다비 2위 국부펀드로, 이번 MOU를 통해 한국 유망기업 성장을 위한 공동협력 투자를 추진키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원자력 부분에선 산업통상자원부와 UAE 산업첨단기술부 간에 원전 제3국 공동진출 등의 내용을 담은 ‘넷 제로 가속화 프로그램 MOU’가 체결됐다. 2009년 체결된 한-UAE 원자력협정을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한 행정약정도 체결됐다. 에너지 부분에선 산업부와 UAE 산업첨단기술부간에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CSEP)을 통한 전략적 에너지 관계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이 도출됐고, 석유수급 관련 ‘한·UAE 국제공동비축 사업’ 관련 MOU 등도 이뤄졌다. 방산 분야에선 전략적 협력을 구체화하는 ‘전략적 방위산업협력에 관한 MOU’ ‘다목적 수송기 국제공동개발을 위한 MOU’ 등에 양국이 서명했다.

민간 차원에서 체결될 MOU를 포함하면 40여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번 순방에는 ‘경제 외교’ 기조에 맞춰 100여개 기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호위 비행·태극 조명…첫 국빈 방문 예우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대통령궁이 15일(현지시간) 적색과 청색의 태극 문양 조명으로 빛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의 대통령궁 입장에 맞춰 기마병 호위, 21발의 예포 발사, UAE 공군 곡예 비행시범단의 에어쇼 등이 펼쳐졌다. “UAE 측의 각별한 환대”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국빈 오찬에선 귀빈에게 대접하는 낙타고기 등이 테이블에 올랐다. 윤 대통령이 환대에 감사를 표하자 무함마드 대통령은 “(양국이) 가족을 중시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손님을 환대하는 문화와 관습이 매우 유사하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UAE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순간부터 국빈 예우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공군 1호기 양쪽 날개 옆으로 UAE 측 공군 전투기가 각 2대씩 호위 비행했다. UAE 아부다비 왕실공항에 도착한 뒤 윤 대통령은 압둘라 알 나흐얀 외교장관, 수하일 알 마즈루이 에너지인프라부장관, 칼둔 알 무바락 아부다비 행정청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공항 청사에서 이뤄진 환담에서 무함마드 대통령 동생인 압둘라 외교장관은 “우리는 행운을 믿는다”면서 “무함마드 대통령 취임 후 첫 국빈 초청 초대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데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행운을 믿는다’는 표현은 UAE에서 상대에 대한 깊은 존중과 의미를 표하는 문구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아부다비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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