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더 싸요?”…몸짱 되려다 약오른 회원들
인천에 사는 김 모씨(29)는 새해를 맞아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지난 연말 집 근처 헬스장을 찾았지만 들쭉날쭉하는 가격 설명에 선뜻 등록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헬스장 1년 이용권에 50만원대로 적혀 있었는데, 다른 헬스장도 알아보기 위해 건물을 나오자 갑자기 전화를 걸어 ‘연말 행사’라며 약 40만원까지 가격을 낮춰 불렀다. 김씨는 “다른 데 가버릴 것 같으니까 가격을 갑자기 10만원씩 낮춰준다는데, 그 가격이 적당한지 어떻게 믿겠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헬스장·수영장 등의 가격표시를 의무화하는 ‘체육시설 가격표시제’가 시행된지 1년 이상 지났지만 소비자들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도가 시행된지 한참 됐지만 당국은 계도라는 명분으로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으면서 혼란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 기관에 접수된 헬스장 관련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638건으로, 전년도 2406건 대비 9.6% 늘어났다. 요가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156건에서 127건으로 감소했지만, 필라테스 분야에서는 662건에서 802건으로 21.1%나 늘었다.
피해구제 신청 사유의 대부분은 ‘계약해제·해지 및 위약금’ 분야에서 발생했다. 회원권을 중도해지할 경우 잔여기간이나 환불금액 등의 기준을 사전에 게시물과 등록신청서를 통해 고지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지도(PT) 여러 회차를 한 번에 등록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결제하는 경우, 중도 환불은 할인가가 아닌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적용해 환불액을 깎는 곳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두 번 PT시 정상가가 10만원인데, 할인해서 7만원을 내고, 한번만 PT를 받고 환불을 요청하면, 3만5000원이 아닌 정상 1회 가격(5만원)을 제외하고 2만원만 환불해 주는 식이다.
실제 매일경제가 서울지역 헬스장을 돌아본 결과 가격표시제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이 다수 발견됐다. ‘선착순 ○명’의 조건으로 할인가격만을 적어둔 채 실제 결제는 이보다 비싸게 받거나, 1일권·1개월권 등 단기 이용권 가격만 적어둔 곳도 여럿이었다.
김씨의 경우처럼 헬스장 내부 정가표와 실제 가격이 큰 차이가 나는 곳도 보였다. 지난해 7~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 체육시설 1003곳을 조사한 결과 400곳이 가격과 환불기준을 게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반 사업장에 대한 단속과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지금까지 공정위는 한 번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도 홍보와 모니터링 모두 하면서 신고가 접수되면 과태료 부과도 검토하고 있지만 절차상 과태료 부과까지 간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표시를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맞춰서 해야 하는지, 계약 해지 등 약관 관련 규정은 체육시설 사업주들조차 정확히 몰라 위반할 수 있으니 당국이 잘 고지해야 한다”며 “알면서도 위반한 경우에는 과태료 등 적절한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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