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안세영, ‘숙적’ 야마구치에 또 패배...말레이 오픈 준우승
세계 1위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새해 첫 국제 대회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희망의 불을 밝혔다.
한국 배드민턴은 15일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월드 투어 수퍼1000 말레이시아 오픈 결승에서 여자 단식 안세영(21·세계 랭킹 4위)과 여자 복식 백하나(23)-이유림(23·세계 랭킹 20위)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모두 세계 랭킹 1위에게 패배했다. 안세영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에게 1대2(21-12 19-21 11-21)로 무릎을 꿇었고, 백하나·이유림은 천칭천·자이판(중국)에게 0대2(16-21 10-21)로 졌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전까지 야마구치와의 상대 전적이 5승 10패였다. 올해 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려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상대다. 안세영은 이날 결승전에서 설욕을 노렸으나 세 번째 게임 들어 집중력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야마구치 공략에 대한 실마리가 보인 경기였다. 안세영은 1~2게임에서는 약점으로 꼽혔던 힘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야마구치의 주특기인 대각선 공격을 여러 차례 몸을 날려 수비해냈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야마구치의 범실도 많아졌다. 오히려 안세영이 자신의 강점인 정확성을 바탕으로 코트 구석구석에 셔틀콕을 찔러넣으며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체력과 경기 후반 집중력을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세계 최정상 자리를 노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안세영이 이번 대회 전까지 맞대결 1승 8패로 크게 밀렸던 천위페이(중국·세계 2위)를 준결승에서 2대1(21-12 19-21 21-9)로 꺾은 점도 희망적이다. 안세영은 정확성 높은 헤어핀(네트를 살짝 넘기는 기술)과 클리어(상대 코트 엔드라인 쪽으로 높게 띄우는 기술)를 적절히 섞어가며 천위페이를 요리했다.
여자 복식 백하나-이유림도 결승전에서는 세계 1위 조의 강한 공격에 힘을 쓰지 못하며 완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상위 랭커들을 잇따라 격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백하나-이유림은 32강에서 세계 랭킹 5위 종골판 키티타라쿨-라윈다 프라종자이(태국)를 2대1로 이긴 데 이어 준결승에서 4위 장수샨-정위(중국)마저 2대0으로 꺾었다.
남자 복식 세계 18위 강민혁(24)-서승재(26)는 16강에서 세계 12위 리양-왕치린(대만)을, 8강에서 2위 모하마드 아산-헨드라 세티아완(인도네시아)을 연달아 이기고 4강에 올랐다. 4강에서 세계 1위 파자르 알피안-무함마드 리안 아르디안토(인도네시아)에게 1대2로 져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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