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년 만에 우승까지! 대한민국 첫 철인 3종 '울트라맨'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립니다.
자전거도 타고, 일주일에 한 번씩 수영장이 아닌 댐에서 수영을 합니다.
철인 3종 경기, 송형진 선수의 일상 훈련입니다.
[송형진 / 철인 3종 경기 선수 : 수영장에서 훈련하는 거랑 다르게 댐에서 수영하면 물에 대한 공포증이나 이런 걸 이겨낼 수 있습니다. 실전 훈련이죠.]
수영, 자전거, 달리기 세 종목을 쉬지 않고 이어가는 철인 3종 경기.
코스 길이에 따라 크게 다섯 종류로 나뉘는데요.
최장 코스를 완주한 이들을 아이언맨, '철인'이라 부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훨씬 더 먼 거리를 뛰어야 하는 울트라 철인 3종 경기도 있습니다.
송형진 선수는 바로, 이 울트라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고 있죠.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로 온통 침체해 있던 시기에 우울감을 떨치고자 시작한 달리기가 철인 3종 경기로 이어진 건데요.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알고 싶어 장거리 코스에 도전하다 보니 울트라 철인 3종 경기까지 참가하게 됐죠.
지난해 처음 출전한 호주 울트라맨 대회에서 종합 12위로 코스를 완주해 대한민국 첫 '울트라맨'이 됐습니다.
이후 멕시코에서 열린 대회에 초청받아 유일한 동양인 선수로 뛰었는데요.
[송형진 / 철인 3종 경기 선수·울트라맨 : 호주 울트라맨 전체 회장이신 토니 헐튼 회장님께서 저한테 오셔서 저를 신기하게 바라보셨습니다. '멕시코에 9월에 울트라 대회가 있는데 한번 나가볼래' 이렇게 넌지시 던지셨습니다.]
사흘 동안 수영 5km, 자전거 300km 주행, 그리고 50km 달리기를 하는 극한의 도전에서 한반도가 그려진 옷을 입고 당당히 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 지 불과 1년 10개월 만입니다.
[쉐인 켄트/ 코치 : 그는 매우 훌륭한 선수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모든 것들이 도전이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실을 이뤄냈습니다. 날씨와 상관없이, 부상이 있어도 계속 연습했고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항상 도전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맥카치슨/ 동료 : 큰 도전이었지만 송 선수는 보여줬습니다. 그의 행보는 저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보통 철인 3종 경기를 열 번 이상 경험한 이들이 출전하는 울트라맨 코스에서, 단 다섯 번의 출전 경험으로 우승을 거머쥔 비결은 무엇일까.
형진 씨는 어릴 때부터 다져온 체력과 스포츠 정신을 꼽습니다.
호주에 오기 전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복싱을 했는데요.
프로 복싱 선수로도 데뷔해 신인왕전까지 나갔지만, 시합에 패배한 뒤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호주로 떠나왔습니다.
뒤늦게 시작한 철인 3종 경기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둔 그는 동포 사회에도 희망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김연경 / 호주 브리즈번 : 항상 저희랑 운동하시면서 밝고 긍정적이고 그런 마음가짐이 엄청 대단하시거든요. 거기에 더불어서 정말 열정적이시고요. 제가 본 그 누구보다도.]
훈련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이 날 때면 아이들을 찾아 복싱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을 쏟은 복싱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 주위에서 받은 위로와 응원을 돌려주려는 겁니다.
[송형진 / 철인 3종 경기 선수·울트라맨 : 좋은 '롤 모델'을 아이들이 본다면 그 아이들은 이제 그 기억 때문에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 해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데쉬 소무/ 친구 : 송 선수는 자선 단체나 관련 기관 그리고 지역사회 내 어린이들과 불우 이웃들을 끊임없이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선수의 길을 포기한 복서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첫 '울트라맨'이 된 송형진 선수.
희망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맞은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송형진 / 철인 3종 경기 선수·울트라맨 :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운동뿐만 아니라 자기가 하는, 고군분투하고 있는 어떤 분야에서든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을 믿고 계속 앞으로 나가면 안 되는 거 없습니다. 저는 그걸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형진 씨는 오는 7월, 한국을 대표해 캐나다 울트라맨 대회에 출전할 예정인데요.
도전을 거듭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 나갈 '울트라맨'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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