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동포 1.5세 심리상담가
어느덧 한인 이주 역사 60년을 맞이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만 2만 명 넘는 한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한인 가운데 오늘은 동포 2세, 3세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한국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편한 이들.
동포 2세로서 겪는 정체성 혼란에 대해 얘기를 나눕니다.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보니 학생들은 저를 중국인이라 하고 눈앞에서 웃곤 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콤플렉스를 갖게 됐고요. 그래서 앞머리를 내리고 살았습니다."
[신소현 / 심리상담가 : 강의를 통해서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고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이 되는 이야기, 자기를 이해해줄 수 있는 시간, 질문과 대답을 함께 찾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인 동포지만, 아르헨티나에 살면서 두 나라의 문화를 모두 겪는 청소년들.
이번 자리는 그런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각각 대표하는 음식인 '김치와 아사도'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마음속 이야기를 하고 정체성을 건강하게 바로 잡기 위해 준비했는데요.
동포 청소년과 부모 40여 명이 참여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지은 / 아르헨티나 : 현지 아이들 사이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잘 배울 수 있게 알 수 있게 한 번 도움이 될까 해서 왔습니다. 내가 크면서 겪으면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거, 좋은 경험으로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김하스민 / 아르헨티나 : (강연장에 와보니) 저 같은 사람들(동포 2, 3세)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이번 자리를 마련한 사람은 13년 차 심리상담가 신소현 씨입니다.
소현 씨 역시 두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아르헨티나에 이민 온 1.5세입니다.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고 학교에 가면 스페인어를 쓰는 환경에서 자란 소현 씨.
자녀들도 같은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데요.
한국과 아르헨티나 두 문화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길 바라며 가능한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합니다.
[신소현 / 심리상담가 : 나이는 어리지만 자기 생각을 존중해주고 들어주고 그거를 매우 중요하게 소통하는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도 부분을 신경 쓰면서 아이들이랑 대화하려고 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상담에서 만난 청소년들처럼 소현 씨도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때가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현지인 친구들과도 즐겁게 어울렸지만, 어딘지 허전했다는 소현 씨.
외모도 생활 양식도 비슷한 한인 친구들을 사귀면서부터 묘한 편안함을 느끼게 됐고, 동시에 오히려 자기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됐습니다.
'나는 왜 여기서 지내고 있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그렇게 청소년기 혼란을 겪으며 답을 찾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심리상담가의 길로 이어졌습니다.
[신소현 / 심리상담가 : 내가 어린 시절에 있었던 고민과 위기가 있었을 때 나한테 이렇게 얘기해줬던 선생님이 있었더라면 나한테 참 도움이 됐겠다, 그런 느낌을 가질 때 저는 제 일이 보람되고 내 상담자들한테 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마음이 뿌듯합니다.]
어렴풋이나마 질문에 답을 찾은 지금,
청소년은 물론 성인 동포들도 소현 씨의 상담실을 찾아 편안히 얘기를 나눕니다.
두 가지 문화를 경험했다는 공감대가, 동포들이 현지 상담가보다 소현 씨를 찾는 이유입니다.
오랜 시간 한인 동포들을 상담하며 생각한 것들을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습니다.
[신소현 / 심리상담가 : 나도 혼자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똑같은 문제가 있구나, 거기서 좀 위로가 된다면 도움이 되고 거기서 배움을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죠. 그거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연구하고 분석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책을 써봤습니다.]
모두가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회 구성원이 되길 바라며 한인 동포들을 돌본다는 신소현 씨.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2, 3세 청소년들에겐 나침반으로, 타지에서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한인 동포들에겐 따듯한 쉼터처럼…
그렇게 동포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람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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