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끝’ 보이지만… 영끌족 대출이자 ‘눈덩이’

이도형 2023. 1. 1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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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이후 기준금리 3%P↑
5억 전세대출 1억 신용대출 경우
대출이자 135만→ 285만원 급증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부담 늘어
당국 자제 요청·채권가격 등 하락
은행 주담대 금리 0.3%P 떨어질듯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차례 연속 인상하면서 2년 전 ‘제로 금리’ 시절 크게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등에 나섰던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의 시름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해 단행했던 급격한 금리인상의 ‘끝’이 서서히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어 대출이자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국의 대출금리 인상 자제 요청에다 기존 채권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7조1000억원이다. 전 금융권의 변동금리 대출 이용 비중은 74.2%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3.5%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올렸는데, 이만큼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이 늘어난다. 2021년 8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1년 5개월 동안 3.00%포인트가 올랐다.

한 은행이 공개한 대출자 사례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에 근무하는 A씨(신용등급 3등급)의 경우 2021년 1월 서울 서초구 래미안서초에스티지 25평형(전용면적 59.99㎡)에 8억1500만원의 임대보증금을 내고 전세로 들어갔다. A씨는 부족한 자금 가운데 5억원은 전세대출을 받았고 여기에 1억원의 신용대출을 더했다. 최초 대출 당시 A씨의 월 이자 상환액은 135만5000원(전세대출 연 2.62% 적용 109만2000원+신용대출 연 3.16% 적용 26만3000원)이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2년이 지난 지금은 상환액이 285만4000원(전세대출 연 5.54%+신용대출 연 6.55%)으로 불었다.

여기에 지난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분(0.25%포인트)이 대출금리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한다면, 올해 7월 금리 갱신 시점에 A씨의 월 이자는 약 297만9000원(전세대출 연 5.79%+신용대출 연 6.80%)까지 늘어난다. 시장 일각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르게 되면 월 이자는 310만4000원(전세대출 연 6.04%+신용대출 연 7.05%)에 이를 수도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의 이자 부담이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은행권이 당분간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3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780∼7.410% 수준인데, 이번 주엔 여기에서 0.1%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변동금리는 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르는데, 다음주 초 발표될 예정인 지난해 12월 기준 코픽스가 지난달 예금 금리 하락을 반영해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시장금리 상승으로 지난해 11월 5%를 넘어섰던 예금 금리는 최근 4%대로 내려왔고, 일부 은행 상품의 경우 3%대 후반까지 하락한 상태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 13일 4.630∼6.960%)와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 13일 5.492∼6.660%)도 0.3%포인트 안팎 인하될 전망이다. 주담대 혼합형과 신용대출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과 1년물 금리가 채권시장 안정 등에 힘입어 최근 일주일 새 내려갔기 때문이다.

당국에서도 대출금리 인상 자제 등을 요청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 등에서는 가산금리 조정에 어느 정도 재량이 있다”며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기업의 부담이 큰 점을 개별 은행들이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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