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스페이스X 韓진출 임박… 6G시대 뒤흔들 위성통신 서비스
5일동안 기간통신사업자 신청서 제출
일각 5G 신규사업자로 참여 거론
300km~1500km 고도 위성통신
수십만개 연계해 지구 전역 커버
원웹·카이퍼 등 거대자본들 가세
항공·선박 이어 UAM 서비스 겨냥
단기적 국내 시장 영향력 적지만
6G시대 진입땐 통신종속 우려도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는 반정부 시위로 인해 인터넷과 휴대전화 이용이 제한된 이란에서만 100대 가량의 위성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 통신망 인프라가 붕괴한 상황에서도 언론의 자유가 통제된 이란인들에게 외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스타링크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기간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해 군 작전 수행과 국가 핵심 시스템 운영을 도왔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진가를 보인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한국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상망 통신 인프라가 잘 구축된 국내 시장에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전망이지만, 다가오는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위성통신이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통신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타링크' 韓 진출 초읽기 =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지난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설비 미보유 기간통신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하며 국내 서비스를 위한 행정 절차에 나섰다.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올 2분기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최고경영자)가 화상 면담을 갖고 통신망 관련 협약을 언급한 데 이어 스페이스X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미국에 본사를 둔 스페이스X가 국내에서 기간통신 사업을 하려면 국내에 별도 법인을 설립하거나 국내 이동통신사와 제휴·지분투자 등을 통해 재판매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스타링크는 국내 이통사와 손잡지 않고 법인을 신설해 직접 진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과기정통부는 규정에 따라 영업일 기준 30일 이내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 설비 미보유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우 지분 제한이 없지만, 본사와의 계약에 이어 국경 간 공급협정 승인을 거쳐야 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상 영업일 기준 30일 이내 심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자료 요청, 보완 등의 기간은 별도인 만큼 기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스페이스X는 아직 국내 법인을 만든 상태는 아니고 설립예정 법인으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5G 주파수 28㎓(기가헤르츠) 대역 신규 사업자로 스타링크가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스타링크가 설비 미보유 사업자로 등록 신청을 함에 따라 이 같은 전망은 일단락됐다. 5G 28㎓ 대역 주파수의 경우 지상에 통신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데, 스페이스X가 당장은 우리나라에서 기지국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업 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설비와 주파수를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는 국내 법인의 외국인 지분율이 49%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국내에서 지구국을 신청할 경우 공익성 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가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 등에 구축한 지구국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뜨거워지는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B2B 수요 커진다 =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저궤도(LEO) 위성통신은 고도 300~1500㎞ 이내에 설치된 수십만~수만 개의 군집위성을 연계시켜 지구 전역을 커버하는 기술이다. 중궤도와 정지궤도와 달리 저지연 서비스가 가능하고, 위성 크기를 작게 만들면서 여러 개를 동시에 발사할 수 있다 보니 저렴한 비용으로 군집위성 그물망을 형성할 수 있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재사용 기술 개발로 발사 비용이 급격히 떨어지고 저가 소형위성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다 보니 스타링크뿐 아니라 영국 원웹, 아마존 자회사 카이퍼 등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기존 인공위성이 군사 정보나 지표면·대기 관측 등에 머무른 것과 달리 민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스페이스X는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사업자다. 2030년까지 약 1만2000기의 소형위성을 발사해 전 세계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초고속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이후 3만개의 위성을 추가로 발사해 4만2000개까지 위성 숫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스타링크 서비스가 국내에서 시작돼도 당장은 통신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링크는 월 110달러(약 13만6000원)에 최대 5명 가량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유인 요인이 적다. 이 때문에 B2C(기업·소비자간 거래)보다는 항공, 선박 등 B2B(기업간거래)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UAM(도심항공교통) 서비스도 겨냥할 것으로 전망된다.
◇6G는 위성통신 '필수'…글로벌 종속 우려 = 그러나 6G 시대에는 국내 시장이 글로벌 사업자에게 종속될 위험이 있다. 스타링크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 또한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커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한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의 자회사 카이퍼는 총 3236개의 위성을 발사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원웹은 428개의 위성을 이용해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스타링크와 함께 한화시스템이 지분을 투자한 원웹 또한 국내 진출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정부에 별도 사업 신청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위성통신 기술은 오는 2028~2030년 상용화 전망인 6G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5G까지는 지상에 구축하는 기지국만으로 통신이 가능했지만 6G 시대에는 지상망과 위성통신 간 연결이 필수적이다. 통신 기술의 패러다임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진화한 데 이어 위성까지 아우르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UAM, 자율주행차량,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 차세대 서비스가 구현될 전망이다. 고령화로 인해 인구가 급감한 농촌·도서산간 지역에서는 전통 지상망의 ROI(투자대비수익)가 위성통신에 뒤질 가능성도 있다.
이문규 서울시립대 교수(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는 "우리나라는 도시국가에 가까운 모델이다 보니 스타링크가 진출해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도 산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5G까지는 국내 사업자들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6G 시대에는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글로벌 망을 보유한 거대 해외 기업에 국내 지상망을 보유한 기존 통신사가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는 만큼 지금부터 제대로 된 전략을 세워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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