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잔치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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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비엔날레 사무국이 한산하다.
자문위원회 추천과 심사로 뽑힌 예술감독과 홍보담당 3명, 큐레이터 2명, 코디네이터 2명으로 꾸렸던 사무국엔 제주 출신도, 제주에 거주하는 이도 없었다.
이렇게 전국적인, 아니 전 세계적인 도움을 받아 제3회 제주비엔날레(22년 11월16일~23년 2월12일)는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열릴 수 있었다.
제주에 비엔날레라는 행사를 치른 노하우가 쌓이고 전문가가 양성되려면, 제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사무국 스태프로 일했어야 했는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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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말고]
[서울 말고] 이나연 |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비엔날레 사무국이 한산하다. 자문위원회 추천과 심사로 뽑힌 예술감독과 홍보담당 3명, 큐레이터 2명, 코디네이터 2명으로 꾸렸던 사무국엔 제주 출신도, 제주에 거주하는 이도 없었다. 전시오픈 한두달 전에는 꽉 차 붐비던 사무국이, 개막 뒤엔 전시작품 관리와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 한두명씩만 번갈아 출근한다. 다들 단기로 집을 구해 타향살이를 하는 것도 어려운데, 비엔날레 업무가 익숙하지도 쉽지도 않으니 고생이 많았다.
이렇게 전국적인, 아니 전 세계적인 도움을 받아 제3회 제주비엔날레(22년 11월16일~23년 2월12일)는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열릴 수 있었다. 부침이 많았던 지난 두번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방향으로 차분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정산을 끝내고 나면, 본디 미술관 교육공간이었던 임시사무국 사무실이 텅 비게 된다. 모두 짐을 싸고 제주를 떠난다.
제주에 비엔날레라는 행사를 치른 노하우가 쌓이고 전문가가 양성되려면, 제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사무국 스태프로 일했어야 했는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제주에선 비엔날레가 신생 행사에 가깝고, 당연히 행사규모에 적합한 경력 있는 대행사나 전문가가 부족하다.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지역인재 발굴에 노력했어야 하지 않나 돌아보게 된다.
이제 전국 모든 비엔날레에 국비 지원은 없다. 부산도 광주도 자체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본전시 예산이 20억원가량이고, 부산비엔날레의 바다미술제가 18억원, 대전비엔날레의 예산규모는 10억원 안팎이다. 제주비엔날레 예산 18억5천만원은 제주도민들 세금으로 책정한 지방비이다. 제주도립미술관 연간운영비와 맞먹고, 제주현대미술관 연간운영비의 2.5배나 된다. 과분한 예산을 미술문화 활성화를 위해, 도립미술관의 역량을 믿고 맡겨준 셈이다. 이 돈을 두고 도내에서는 너무 많다고, 도 바깥에서는 너무 적다고 한다. 급격한 기준차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다수 매체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기존 미술관 학예인력도 부족한 와중에 비엔날레라는 과중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게 어려운 일인 건 맞다. 그래서 미술관 업무와는 분리된, 부산의 사단법인이나 광주의 조직위원회 같은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 하지만, 별도 조직 없이도 이번엔 미술관에서 조직위원회의 행정적 업무를 해냈고 임시사무국이 모든 실무를 처리해냈다. 미술관에서 개최된다는 것은 신생 행사에는 오히려 적합한 구조였다. 89일이라는 장기간 전시를 위해서는 시설관리비와 운영인건비로 큰 돈을 써야 하지만, 기존 미술관에서 열리기에 그 비용을 아끼고 대신 전시 자체에 예산 대부분을 쓸 수 있었다. 홍보비와 대행사 수수료를 제하면, 전체 예산의 65%인 12억원이 순수하게 전시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쓰였다. 물론 홍보비도 전시를 알리는 비용이기에, 전시를 위해 쓰이지 않은 돈은 1원도 없다.
적합한 곳에 아껴 쓰고, 기존 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비엔날레는 증명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미술관의 공간과 운영시스템, 운영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미술관 비엔날레의 장점이다. 다만 기존 미술관 프로그램 업무에 비엔날레 일까지 도맡은 미술관 직원들이 모두 과로했다. 행정 일이란 게 잘 돌아가면 당연한 일이고 눈에 띄지도 않지만, 조금만 잘못해도 크게 드러나 보이고 그래서 담당자는 질책을 받게 되는 특징이 있다. 누구에게도 내세우기 어려운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준 미술관 직원들에게 나라도 꼭 칭찬해줘야겠다. 잔치가 끝나고 나서도 떠나지 않고 남아 뒷정리를 하고, 다음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도 결국 이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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