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새 회장, ‘진짜 주인’이 뽑는 거 맞죠?

김신영 기자 2023. 1. 1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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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서울 시내 한 우리은행 지점. /연합뉴스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을 두고 잡음과 혼선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현 회장이 연임 도전 여부에 대한 거취를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현직 임원들과 전직 고위 관료, 다른 은행 행장 출신 등 여럿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손 회장과 그의 용퇴를 압박하는 금융 당국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주인 없는 금융회사 CEO(최고 경영자)가 한번 선임되면 견제받지 않고 장기간 자리를 유지하는 관행을 비판하면서 “관치뿐 아니라 내치(內治)도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 회장이 중징계에 대해 불복 소송을 내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차기 회장 후보로 ‘CEO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면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뒷말이 나오고, 결국 우리금융 측에서 “금융지주를 이끌 만한 자격이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해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회장 선임 등에 정부가 입김을 행사해왔습니다. 뚜렷한 대주주 없이 지분이 잘게 분산된 ‘주인 없는 회사’이다 보니 감독 당국인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의중이 반영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관료 출신 회장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외환위기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오랫동안 대주주였지만, 민영화가 되면서 증권사와 사모펀드 등 5곳의 과점(寡占) 주주가 생겼습니다. 이들이 각각 추천한 사외이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차기 회장 인선에서 이사회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과점 주주 대부분이 금융회사라서 결국 금융 당국의 손바닥 위에 있다”는 말까지 돕니다. 상장 기업의 CEO를 뽑는데 이런 말이 나와서야 될까요.

우리금융지주는 ‘주인 있는 금융지주’인 만큼 주주들이 정하면 될 일입니다. 소액주주들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돼야 합니다. 손 회장의 연임이 적절한지, 물러날 때가 됐는지 판정하고 외풍이나 낙하산 논란은 물론이고 내부 잡음도 잠재울 책임이 모두 이사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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