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 결정, 국내상황이 우선"… 연준 영향력 줄어들듯 [韓 금리 정점 관심 집중]
美연준 금리인상 속도 조절 시사
경기둔화 등 국내 여건 더 고려
한율 부담도 적어 금리동결 가능성
통상 우리 통화정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에 키를 맞추면서 함께 움직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금리 결정에서 국내상황을 우선시하겠다"고 분명히 하면서 미국과 '동조화 수준'이 다소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에 연준이 속도조절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강달러 현상이 없어지면서 한은이 국내여건을 더 고려할 여건이 마련돼서다.
■"美 통화정책서 독립 못했다"던 이창용 "금리결정 시 국내상황 우선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0.25%p 인상했다. 지난해 4월을 시작으로 총 7차례 연속 금리인상이라는 새 역사를 쓴 것으로, 이제 관심은 2월 23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지 아니면 추가 인상할지다. 이창용 한은 총재 발언 등을 종합해볼 때 3개월 동안은 대내외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 이 총재가 "국내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한 발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간의 자본 움직임이 금리 차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며 우리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은 '역전 금리차'로 자본이동이 좌우된다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8월 미국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참석 후 "한국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연준 통화정책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 한은이 미 연준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긴 어렵다"고 한 발언과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이 총재는 "그 당시 제가 뜻했던 것은 미국 금리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갈 때 우리가 반대 방향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라며 "(통화정책이)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모니터링하겠지만 우리 금리 결정은 국내상황을 우선으로 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고정환율제도가 아닌 이상 자본 움직임이 금리 차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과 강달러였던 때와 달리 환율 움직임에 대한 기대가 변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역전 금리차에도…원·달러 환율 떨어져 외환보유액은 증가세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은 '역전 금리차' 상황에서는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한미 역전 금리차 상황에서도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140억달러에서 11월 4161억달러, 12월 4232억달러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었던 '강달러' 현상이 약해지면서 유로화, 파운드화 등 기타통화 환산액이 증가한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평균 1426.6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1364.10원, 12월 1296.22원으로 큰 폭 하락했다. 1월 들어서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3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1240원 선으로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도 한은이 국내여건을 더 고려할 상황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FOMC가 오는 2월 1일 회의에서 베이비스텝으로 속도를 조절, 미국 정책금리가 4.50~4.75%로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6.5% 상승률을 기록, 11월(7.1%) 상승률에 비해 둔화된 것이 확인돼서다.
미국이 베이비스텝을 밟을 경우 우리와 금리차가 다시 최대 1.25%p로 벌어지지만 달러 가치 하락 등을 고려할 때 2월엔 동결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금통위 입장에서 환율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며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지나갔고, 미국이 더 이상 큰 폭의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볼 때 2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동결이 기본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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