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성폭행 즐긴다던데”…트럼프, 강간 소송 당하자 원고 조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폭행 피의자로 고소를 당하자 피해자를 향해 욕설과 망언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트럼프가 증인선서를 마친 이후에 나온 발언인 만큼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의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최근 5시간에 걸친 트럼프의 증언 중 일부분의 녹취록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증언은 지난해 10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의 저택에서 이뤄졌다. 트럼프의 변호인단은 증언 녹취록을 비공개로 유지해 줄 것을 요청을 했으나 캐플런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여성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인 엘리자베스 진 캐럴이다. 캐럴은 지난 2019년 출판한 저서를 통해 “1990년대 중반 뉴욕의 백화점에서 트럼프에게 강간당했다”고 고발했다. 트럼프가 백화점에서 친구에게 선물할 란제리를 고르는 데에 도움을 달라고 해 함께 쇼핑을 다니다가 드레싱룸에서 성범죄에 노출됐다는 주장이다.

캐럴은 시효가 지난 성폭행 피해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이 가능하도록 한 특별법이 뉴욕주에서 시행되자 트럼프를 상대로 폭행과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오는 4월 시작될 예정이다.

반면 트럼프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캐럴은 (강간당하는 것을) 즐겼다”며 “캐럴은 (인터뷰에서) 강간당하는 것이 매우 섹시하다고 말했다”고 조롱했다. 이 같은 내용은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는 캐럴이 거짓말을 한다며 정신병을 앓고 있는 미친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언론매체들은 트럼프가 사실과는 정반대인 허위사실을 거론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캐럴의 발언은 “강간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였다. 강간을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표현을 사용하자는 취지였다.

한편 트럼프는 이번 소송이 끝나면 캐럴과 캐럴의 변호인인 로버타 캐플런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