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ESG 2.0 바로보기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이다. 흰 토끼가 아니라 검은 토끼라니 어색할 법도 한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서는 자주 등장했던 색상이라 친숙하다. ESG 경영 한 분야인 기후위기 대응을 논할 때 자주 인용했던 조류가 블랙스완(검은 고니)이다.
계묘년과 ESG 경영 인연은 '도약'이라는 단어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혹자는 올해 ESG 경영이 위축될 거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안보, 경기침체로 기업에 생존이 경영화두로 떠오른 만큼 ESG 경영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이유다. 과연 그럴까? 올해가 ESG 경영 위기의 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데 이유는 다르다. 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보다 내부환경 때문이다. ESG 1.0과 ESG 2.0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ESG 2.0 경영으로 도약하지 못한 기업에는 올해가 분명 위기일 것이다.
ESG 1.0은 기업이 ESG 경영을 새로 도입해 조직체계와 경영지표를 만들고 내재화시키는 시기다. 투자자 중심 이해관계자 요구에 대응하는 수동적 접근을 하는 시기로, 기업의 ESG 경영 접근법이 유사하다. 기업 간 차별점이나 개성을 찾기 어렵다. ESG가 경영 화두로 떠오른 지난 2년간 국내 ESG 경영 환경의 모습이다. 통상 이 시기는 2년여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기간 동안에는 조직 내 저항이 적고,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기이다 보니 성과 창출이 용이하다. 그러나 2년이 지나면 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데 한계가 오고, 내부저항도 커지기 시작한다. ESG 2.0으로 변화와 도약없이는 위기에 봉착한다.
ESG 2.0은 ESG 경영이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는 시기다. 기업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ESG 경영 이슈를 발굴하고, 기업에 맞는 ESG 경영지표를 선택과 집중해 고도화해야 한다. 기업 간 차별점과 색깔이 분명히 달라지는 시점이다. ESG 경영이 비용만 지출되는 트레이드오프 이슈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재무적 가치창출을 할 수 있도록 경영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ESG 1.0은 남들과 똑같은 기성복을 입었다면, ESG 2.0은 맞춤복을 입고 달려나갈 때이다.
그렇다면 ESG 2.0 경영전략은 어디에 방점을 둬야할까? 재무적 중요성이 높은 ESG 활동에 집중해야한다. 기업 안팎으로 ESG 활동에 대한 당위성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올해처럼 어려운 외부 경영환경 상황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최근 수년간 ESG경영과 기업가치 상관성에 관한 수천 건의 논문이 쏟아졌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ESG경영이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논문도 많다. 이런 결과는 기업이 ESG경영을 지속해야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가 ESG경영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이 바로 기업가치 향상이었을 텐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ESG평가의 정확도와 신뢰도 문제가 제기되지만,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지난 해 4월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재무적 중요성이 높은 ESG활동시 주가수익률이 상승했다. 반면, 재무적 중요성이 뚜렷하지 않은 ESG활동은 주가수익률과 관련성이 유의적이지 못했다. 기업의 ESG 활동은 투자자들이 재무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경우에만 기업 가치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
재무적 중요도가 높은 ESG 활동만 하는 것이 바람직한 ESG 경영인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동의한다. 다만, 현 상황(ESG 2.0)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기업의 이상적 ESG 경영 모습(ESG3.0)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에 있다고 봐야한다. 아직은 투자자를 제외하면 소비자, 공급자, 종업원의 의사결정에 기업의 재무적 중요성이 높은 ESG 활동 조차도 유의한 영향을 주기 어렵다. 그러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미닝아웃(Meaning Out) 사례처럼 ESG 경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에 앞으로 기업이 인식하는 재무적 중요도 높은 ESG 활동 역시 넓어지게 될 것이다.
올해야 말로 ESG 경영 우수기업의 옥석을 가르는 ESG 진검승부의 해가 될 것이다. ESG 경영에 대한 기업의 진정성·전문성이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계묘년 새해, 우리 기업 모두 'ESG 2.0 바로보기'를 통해 기업과 고객가치를 높여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팀장 yuinsik@ib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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