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면허장사 7천곳 … 물류산업 왜곡

이종혁 기자(2jhyeok@mk.co.kr) 2023. 1.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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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 전문업체 전국서 난립
운송영업 없이 명의만 대여
5톤 이상 92%가 지입차량
비용 부풀리며 시장 훼손
지입업체 시장개입 막으면 물류비 5%↓
지입차에 물류산업 왜곡

화물차 운송면허의 신규 발급이 제한된 점을 이용해 '번호판 장사'로 이익을 편취하는 업체들이 전국적으로 7000개 가까이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적인 운송업을 하지 않은 채 화물차 운전자(차주)에게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빌려줘 사용료만 챙기는 이른바 '지입(持入) 전문업체'다. 정부가 지난해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 사태를 계기로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포함한 물류산업 구조 개선에 착수한 가운데 지입 업체에 의한 물류시장 왜곡을 바로잡은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11년 전에 지입 업체 단속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제재에는 손을 놓아 시장 왜곡을 방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5일 국토부가 내부에서 추정한 국내 지입 전문업체 수는 최소 5000개에서 최대 7000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입 전문업체는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수십 대 보유하고, 차주에게 대여하면서 위·수탁 계약 체결비용(번호판 사용료)과 월 지입료를 받아 챙기는 회사다. 차주들은 자비로 차량을 구입한 뒤 번호판을 이용하는 대가로 이들 업체와 또 계약을 맺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입 업체와 계약하면서 내는 목돈이 1대당 3000만~4000만원에 이르며 월 지입료는 20만~30만원 수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상 영업을 하지 않고 번호판 장사로 먹고사는 지입 전문업체는 정상 운송업체와 섞여 있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국 단위 조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겠다"고 설명했다.

5t 이상 일반 화물차주의 지입차 비율은 92.1%에 이른다. 개별화물 차주 역시 10.6%는 지입차이며, 화물차 운송시장 전체로는 68.2%를 차지한다고 교통연구원은 분석했다.

이처럼 '지대'를 차지한 지입 업체로 인해 물류 비용은 증가하고 차주들의 이익은 감소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게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입 전문회사들이 부당하게 비용을 수취하는 구조만 개선해도 수출입 컨테이너 기준으로 물류비를 5.2% 정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화물차 운송사업자는 20대 이상 차량을 보유해야 하는 일반 화물차 운송사와 1대로 운송하는 개인사업자로 나뉜다. 하지만 물류 현장에서는 최대 적재량 1t 이하 용달화물 사업자, 1t 이상 5t 미만 차량을 보유한 개별화물 사업자, 5t 이상 25t 미만 일반화물 사업자로 구분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최신 자료(2020년 기준)를 보면 일반화물 사업체는 6761개, 개별화물 사업체는 7만7516개, 용달·택배사를 포함한 전체 화물차 운송업체는 23만4951개에 달한다.

 화물차 지입제는 1960년대부터 국내 물류 시장에 뿌리내렸다. 화물차주들은 차량 1대만 구입한 뒤 운송사와 운송주선사와 지입 계약을 맺어 일감을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며 화물차를 아예 보유하지 않고 영업용 번호판만 대여하는 지입 전문업체들이 등장하며 물류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승 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상 운송사라면 지입계약을 맺은 차주들에게 일감을 공급해야 하지만 지입 전문사들은 영업과 그에 따른 비용마저 차주에게 전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미 지입 전문회사에 대한 단속 규정을 마련해뒀지만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 정부는 2011년 화물운송 시장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화물차 직접운송의무제와 최소운송의무제, 운송실적신고제를 도입했다. 직접운송의무제는 운송사가 화주와 계약한 물량의 30~50% 이상을 직접 운송하도록 의무화해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방지하는 장치다. 최소운송의무제는 화물차 차종별 연간 시장평균운송매출액을 고시한 뒤, 운송사가 이의 20% 이상을 운송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위반 시 최대 제재가 영업정지 정도로 강도가 약한 데다 지자체에 단속권이 있어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물류 업계에서는 지입 전문회사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며 지입제가 고착화된 계기로 2004년 영업용 화물차를 허가제로 전환한 총량 규제를 꼽는다. 이전까지 영업용 화물차는 등록제였지만 1990년대 화물차 공급 과잉과 운임 하락으로 화물연대가 2003년 대규모 총파업을 벌여 물류대란이 발생했다. 이듬해부터 시작된 화물차 총량 규제는 차종별 증차를 제한하고 영업용 번호판을 단 화물차의 진입만 허용하고 있다.

 지입제는 일본에서 들어온 제도지만 현재까지 유지하는 곳은 주요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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