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지 아래 ‘군사대국화’로 들어선 일본···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요구도 거세질 듯[뉴스분석]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미·일 안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동북아시아의 안보환경 변화에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일본이 반격능력(적 기지 선제공격 능력) 보유 선언, 방위비 증액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채택한지 한달 만에 열린 것이다. 새롭게 제시된 일본의 안보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미·일간 협력 논의의 시작을 정상 차원에서 확인하는 자리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방위력과 외교적 노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려는 일본의 대담한 리더십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일본의 안보전략 개정에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일은 일본의 반격능력 실행을 위한 양국 군의 역할과 운용 방식 등 구체적 내용을 실무선에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일 동맹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미·일 안보협력은 일본과 미국이 각각 방패와 창의 역할을 분담하는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일본이 창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은 이를 ‘21세기를 위한 미·일 관계 현대화’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안보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양국은 ‘규칙 기반 국제 질서에 어긋나는 중국의 행동’과 북한의 위협 증가,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들었다. 미·일 방위조약을 권한과 의무를 함께 부담하는 ‘상호방위조약’으로 진화시켜 완전한 동맹의 역할을 하겠다는 일본의 의지와 이를 중국 견제 및 세계패권 유지에 활용하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반격능력 보유에 필수적인 미국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일본 자체적으로 사거리 확대 등 미사일 능력을 증강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의 중거리미사일을 견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러 간 INF(중거리핵전략조약)을 파기할 정도로 중국의 중거리미사일 능력을 경계해왔다.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로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미사일을 일본에 배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적국이 미사일 발사 징후나 타격 목표 움직임을 정밀 탐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를 미국의 정보에 의지해야 한다. 일본의 반격 능력은 미국의 통합방공미사일(IAMD) 체계와 접목해야 실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미·일 간 ‘군사적 일체화’를 의미한다.
미·일은 공동성명은 ‘안보 및 기타 분야에서 한·미·일 협력 강화’를 명시했다. 미·일의 군사안보 목표 일체화에 한국도 동참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은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더욱 강하게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이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 문제다.
일본 국가안보전략 개정과 이를 미국이 추동·지지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중국의 부상이 안보 이익을 해친다는 공통의 인식이 미·일에게는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 문제에서 미·일과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중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경제·안보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일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때때로 중국에게 덜 적대적으로 보이려는 제스처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일본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간주하는 미국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사실상 전수방위 원칙 포기를 우려하지 않지만, 과거사·영토 문제로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은 입장이 다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협력과 한·일 관계의 보폭을 맞추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 부분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직 관료 출신의 안보 전문가는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한반도 안보에 긍정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군국주의 극우세력과 완전히 단절하지 못한 일본이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군사대국화로 치닫고 한국이 일본과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은 한국에게 매우 불편하다”면서 “치밀한 전략적 대비가 없으면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딜레마가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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