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전례없는 협력"…'중국 견제' 똘똘 뭉친 美·日
美 "日 방위력 강화 강력 지지"
일본 군사대국화 용인 해석도
사이버·우주 협력 성명에 포함
반도체·대만 문제서도 공감대
서로 이름 부르고, 어깨에 손
두 정상 "소중한 친구" 친분과시
◆ 미일 정상회담 ◆
'중국 견제'라는 목표를 공유한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부터 공급망 이슈에 이르는 전방위적 대중 경제·안보 공조를 재확인했다. 이들은 전 세계 안보 위기를 언급하면서 미·일 동맹이 아시아 안보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도록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 정부의 방위력 강화 정책을 강력히 지지하며 '일본 무장'에 힘을 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미·일 동맹 억지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이들이 국제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명시한 곳은 중국과 북한이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의 오늘날 협력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와 불일치하는 중국의 행동과 북한의 도발로 인도·태평양은 증가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 군사동맹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우리의 안보동맹은 이보다 더 강력한 적이 없다"면서 "핵을 포함한 모든 자산을 이용해 일본을 방어하겠다는 미·일 상호안보조약 5조(집단방위)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도 이 조약이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외신들은 미국이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동조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두 정상이) 중국과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일본이 잠재적 군사강국으로 변모하도록 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한 달 전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해 적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하는 반격능력을 확보하고, 5년 후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까지 확대하기로 했는데, 미국이 이번 회담으로 '무장하는 일본'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에는 지상 방위를 넘어서는 사이버·우주 분야 안보 협력 방침도 포함됐다. 성명에는 "우리는 사이버 및 우주 영역 등 새롭게 등장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집단적 전력 태세와 억지 역량을 일치시키고 있다"면서 "두 정상은 일본의 반격 및 기타 능력의 발전과 효과적 사용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라고 장관들에게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와 관련한 공조도 빠지지 않았다. 미·일 정상은 "대만해협에 걸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면서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장려한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지역을 초월한다는 점을 인식한다"고 언급했다. 대만 문제가 중국과 대만 양자 간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므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위해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과 일본 정상은 국방·안보 외에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보호, 경제와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의 우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이 대중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 반도체 등 신흥·첨단 기술 유출 방지에 일본이 힘을 보태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중국이 미래 산업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달탐사·우주정거장 건설 등 우주산업에서도 미·일 공조를 예고했다.
양국 정상은 강력한 양국 동맹을 대내외에 천명하듯 시종일관 친밀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양국 정상은 검정 계통의 짙은 색 양복을 입고 사선 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착용하고는 서로 이름을 친근하게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건물 앞까지 나와 4분여 동안 기다렸다가 기시다 총리를 맞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 어깨에 한 손을 얹고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며 "후미오, 언론이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덕담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고 밝히며 기시다 총리를 향해 "당신은 진정한 리더이자 진정한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기시다 총리도 "소중한 친구인 조와 함께 이번 회의를 하게 돼 기쁘다"며 백악관의 환영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국내 이슈로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모두에게 '돌파구'가 됐다는 평가다.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면서 해외 무대에서 선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일 동맹을 전적으로 지지했고, 일본의 야심 찬 국방비 증액에도 찬사를 늘어놔 기시다 총리가 세계 리더로 입지를 크게 다졌다"고 해석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자택에서 기밀문서가 발견된 건으로 특검이 선임되는 등 야당의 비판에 직면했으나, 이번 회담으로 정치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자국 견제를 내세우며 밀착하는 미·일 관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회담 전인 13일 미·일 외교국방회담 성명이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미국과 일본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군사력 증강의 구실을 찾고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도 미·일 공조에 불만을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해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4일 러시아 핵무기 사용을 경고한 공동성명에 대해 "(일본이) 미국의 수행원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 같은 수치는 기시다가 일본에 돌아가 내각회의에서 할복해야만 씻겨 내려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진 기자·워싱턴/강계만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드루와~” 웬일로 한국에 문 열어젖힌 中...근거 있는 자신감이라는데 [더테크웨이브] - 매일경
- 현대가 며느리 ‘리디아 고’, 결혼식 하객 답례품 화제 뭐길래 - 매일경제
- 김어준, 나흘만에 100만 유튜버 됐다…슈퍼챗 누적 수입은? - 매일경제
- [속보] 네팔 항공기 추락…한국인 2명 탑승 추정, 시신 40구 수습 - 매일경제
- [단독] 트랜스젠더 유튜버, ‘X 달린 남자 XX’ 말 듣고 분노의 폭행 - 매일경제
- “CES서 모빌리티 미래 봤다”…연초부터 달리는 전기차株 [박윤예의 글로벌주 열전] - 매일경제
- ‘17곳 무더기 당첨’ 로또 1등, 14곳이 자동이었네…판매처는 - 매일경제
- “1600만원 깎아준다고?”…테슬라 할인 소식에 종전 구매자 분노 - 매일경제
- “안 하는 게 없네”…백종원 비법 레시피 담긴 라면 통할까 - 매일경제
- K리그 양현준 ‘세계 10대 라이트윙 유망주’ 선정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