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답게 선생님이다[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가슴이 먹먹했다. 반쯤은 물에 젖은 듯 가슴이 무거웠다. 나에게 맡겨진 5명의 아이들 가정환경과 성장과정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첫 번째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동을 대하는 방법을 잘 몰라 고민이 많이 됐다.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심리치료를 전공한 지인의 도움도 받았지만 수업을 진행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성준이(가명)는 늘 혼자이고, 공격적인 태도로 인해 형들의 타깃이 됐다. 그런 민준이가 센터 내·외부에서 다칠까 염려가 돼 싸운 형들에게 내가 먼저 “미안하다. 민준이가 화나게 하면 선생님한테 말해. 선생님이 민준이랑 이야기해 볼게”라며 다독였다. 민준이에게는 녹음기를 튼 것처럼 옳고 그름에 대해 쉼 없이 말해 주었다.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두 번째는 느린 학습자가 학습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이 있음을 아는 것이었다. 아동이 학습원리를 파악하고, 개념을 분석하며, 다양한 학습재료를 제시하는 수업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다름을 이해하고 나의 상식을 내려놓아야 했다.
늘 제자리인 수업진도에 실망하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시간의 연속이었다. 어느덧 기적처럼 한글을 읽는 소율이(가명)를 보면서 이는 그동안 같은 고민으로 계속 지도해 주셨던 선생님들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나답게 아이들이 책을 못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려서부터 주변에 책을 읽어주었던 경험도 부족하고 글을 잘 못 읽어서 아이들은 책 읽기를 싫어했다. 아이들이 골라 온 만화책과 동화책을 한 페이지씩 나누어 읽었다. 아이들이 연음이 안 되거나 어려운 글씨는 또박또박 함께 읽어주었다. 그렇게 3개월을 꾸준히 하니, 아이들의 책 읽는 속도와 정확도가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네 번째는 다문화 가정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부모님을 따라 몽골어로 소통하는 예지와 채린이(가명) 그리고 수호(가명)에게 베트남어를 배웠다.
“Сайн байна уу[새응배노]=안녕하세요.”
“yeu[이에우] =사랑해!”
아이들에게 몇 단어 더 배웠는데 자꾸 잊어 버린다. 그러니 아이들이 한국어로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더 느껴졌다.
“선생님은 자꾸 잊어 버리는데 너희는 2개 국어를 하니 대단하다. 엄마(아빠)는 정말 대단하셔.”
1년을 조금 넘긴 지금 나는 현장교사라는 직함이 갖는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무엇보다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아동들의 성장 시기에 든든한 지지자가 돼 주고 싶다. 못한다고 주저앉아 울면 같이 울어주고, 하나만 성공해도 금메달 딴 듯 기뻐해 주고, 매일 센터에 오면 꼭 안아주어서 사랑이 변함 없음을 나누도록….
저마다의 속도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 역시 2배로 성장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이정희(현장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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