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 얼마나 극심하길래 청년들 공공임대로 몰려드나

2023. 1. 15.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에서 공공임대주택 50가구 세입자를 모집했더니 2만903명이 몰렸다고 한다. 경쟁률이 418대1이었다. 여태껏 최고 경쟁률보다 4배나 높았다. 이번에 나온 임대주택은 LH가 다세대주택(빌라)이나 오피스텔을 사들여 청년층에게 임대하는 '청년 매입 임대주택'이라고 한다. 전세 사기의 주 타깃인 빌라와 청년층이 대상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임대 신청이 몰려들었다는 건 전세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없는 안전한 주택에 살고 싶다는 청년층의 바람이 간절하다는 증거다.

국토교통부는 전월세 계약 모든 단계에서 허점을 찾아내 뜯어고치겠다고 했는데 허언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 사기 피해자 10명 중 7명은 20대와 30대다. 이들은 경제력이 취약해 아파트보다는 빌라에서 세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빌라는 매매가와 전세금에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사기범들은 이를 악용했다. 1명의 바지 사장을 내세워 전세금만으로 빌라를 수백 채 사들였다. 그러고는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기를 저질렀다. 100억원 이상 피해를 일으킨 빌라왕 5명이 사들인 빌라만 8000여 채라고 한다.

전월세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세입자가 임대인의 신뢰도와 임대주택의 안전성에 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뜻이다. 사실상 깜깜이 상태로 계약하니 사기 위험이 컸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세입자가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4월부터는 임대인의 국세 체납 사실도 열람할 수 있게 했다지만 부족하다. 영국은 '나쁜 임대인 공개 제도'를 도입해 세입자가 임대인의 위법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도 세 차례 이상 전세금을 반환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임대인 정보는 세입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1100채가 넘는 빌라를 세준 한 빌라왕은 전세보증보험 가입 건수가 44건에 불과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실을 세입자가 미리 알 수만 있었어도 피해가 덜했을 것이다. 계약의 투명성을 높여야 사기를 막는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