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금리 인상의 끝과 미국 경제 연착륙
그래도 '리세션'은 피해갈 전망
인플레이션은 계속 낮아지고
연말께 기준금리 낮출수도
미국 경제가 작년부터 높은 물가상승률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희망이 보인다. 물가 상승이 둔화하고 연착륙(soft landing)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23년 미국 경제는 작년의 1.6%보다 더 낮은 1% 이하의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불경기(recession)'는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내구재 중심으로 소비와 산업생산이 둔화됐다.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은 건실하다. 대부분 업종에서 취업자 수가 늘고 있다. 실업률은 3.5%로 1970년 이후 최저다. 고용 사정이 좋은데도 임금상승률은 안정적이다. 12월 중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은 전년 대비 4.6%로 1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인플레이션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021년 1월의 1.4%에서 6월에는 5.3%로, 2022년 6월에는 9%로 계속 높아졌다. 그러나 이제는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둔화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주에 발표된 작년 12월 CPI상승률은 전년 대비 6.5%로 13개월 만에 6%대로 낮아졌다. 앞으로 주거비 등 서비스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 둔화)이 빨라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무리하게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연준은 2022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네 번 연속하고 12월에는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했다. 그러나 오는 31일에 열릴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인상폭을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은 실물경기와 고용을 크게 저해하지 않으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연착륙을 목표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 변화의 효과가 실물경제에는 6개월, 물가에는 12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연준은 그동안 계속한 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를 지켜보면서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로 몇 번 올리고 멈출 가능성이 커졌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인하를 시작할 수도 있다. 당분간은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겠지만, 앞으로 2~3년에 걸쳐 미국 경제는 기준금리가 3%대로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율은 2%대, 경제성장률은 1.5% 내외로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서는 미국 경제와 연준의 통화 정책에 관해 토론 열기가 뜨거웠다. 경제전망은 다양했지만, 연착륙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올해 미국 경제가 심한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연준의 과도한 통화 긴축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슈테파니 슈미트그로헤 컬럼비아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은 영구적인 요인보다는 일시적 요인이 대부분이어서 연준이 결국 금리를 장기 균형인 2~3%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 등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재의 2%에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가 올해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 연착륙한다면 전 세계에 좋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2023년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의 적절한 운용으로 물가와 실물경기를 모두 안정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특훈교수·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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