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환상의 '쓰레기섬'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3. 1. 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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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소코섬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소코섬은 무인도다. 뜬금없이 이 무인도가 SNS 포스팅의 주인공이 된 건, 마스크 덕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일 2020년 중국, 홍콩 등지의 의료 현장에서 쓰고 남은 마스크들이 무단으로 버려진 채 떠내려왔는데 공교롭게도 이 섬에 쌓인 것이다.

SNS에는 다양한 쓰레기섬이 하루가 멀다 하고 포스팅된다.

호주에선 '신발섬'이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인도양에 있는 외딴섬 코코스제도(호주령) 해변이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츠'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민이 500명 정도에 불과한 코코스제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플라스틱은 4억1400만개, 238t에 이른다. 병뚜껑, 빨대, 신발 등 일회용품이 대부분인데, 묘하게 버려진 '신발'의 양이 가장 많다. 무려 100만개나 나왔다. 이 섬에서 나온 폐기물 2위가 칫솔이다. 37만개나 떠내려와 쌓인 것이다.

사실 코코스제도는 천혜의 휴양지로 유명하다. 27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코코스제도는 호주의 도시 퍼스에서 2750㎞ 떨어져 있다. 여행 고수들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닌 호주의 마지막 남은 낙원으로 분류한다.

'꽃밭 같은 자전거 무덤'으로 한동안 SNS를 장식한 곳이 중국이다. 중국 15개 도시에서 드론을 통해 찍은 이 무덤 사진을 SNS에 올린 이의 정체가 흥미롭다. 중국의 유명 사진작가 우궈융 씨다. 버려진 자전거의 정체, 그게 공유 자전거다. 중국에서 공유 자전거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뒤 갑작스럽게 붐이 식어버리면서 버려지거나 방치된 자전거를 모아놓은 '폐자전거 무덤'이 등장한 것이다. 중국의 공유 자전거는 색깔이 다양하다. 형형색색 폐자전거가 한꺼번에 버려지면서 '꽃밭'이라는 애칭까지 생긴 셈이다.

대한민국에도 곧 쓰레기섬이 탄생할 조짐이다. 어디일까. 놀랍게도 가장 가고 싶은 섬 1순위에 꼽히는 제주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작년 말 전국 최초로 내놓은 '관광 분야 폐기물 발생현황 실태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눈여겨봐야 할 게 관광산업이 발생시킨 폐기물 항목이다. 말하자면 제주로 몰려간 여행족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쓰레기다. 이 양이 연간 6만7670t이다.

제주도 전체 생활폐기물 발생량(2020년 기준 48만3274t)의 14%에 달한다. 관광객 1명이 하루 평균 버리는 쓰레기양은 0.63㎏으로 추산된다.

한라산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반기별로 쓰레기 청소에 나서는데, 할 때마다 백록담 정상 인근에서 수집되는 쓰레기양이 5t 수준이다.

훈데르트바서파크가 오픈한 '섬 속의 섬' 우도는 아예 위험 수위다. 면적 6.1㎢에 2000여 명이 사는 한적한 곳이지만 여행객이 매년 200만명을 훌쩍 넘는다. 당연히 우도의 가장 큰 골칫거리, 쓰레기다. 물론 소각장은 있다. 그래 봐야 하루 처리 용량은 1t 남짓이다. 매일 우도에서만 나오는 쓰레기양이 3.2t을 웃돈다. 한마디로 역부족이다.

제주에 앞선 불명예 선례도 있다. 4년 전 CNN이 거대한 '쓰레기산' 타이틀로 보도했던, 경북 의성의 '20t 쓰레기산' 사례다. 현재 복구는 됐지만 여기에 투입된 군 예산만 300억원에 육박했다.

CNN이나 SNS에서 부디 '환상의 쓰레기섬' 같은 타이틀이나 해시태그(#)는 보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신익수(여행)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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