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전경련이 제 일 하게 하자

서진우 기자(jwsuh@mk.co.kr) 2023. 1. 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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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450곳을 회원사로 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사실 그간 '수모'를 겪어왔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그룹, LG 등 주요 4대 그룹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모두 탈퇴해 버렸고 각종 경제단체 회동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4대 그룹의 재가입이야 나중 일이다. 전경련이 스스로 쇄신하지 않으면 수모는 치욕으로 치닫는다. 다음달 말 회장단 정기총회를 앞두고 기존 허창수 회장의 6연임이 마감된다. 임기 2년 새 회장이 들어선다. 혁신위원회가 꾸려져 쇄신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전경련 변화의 바람은 비단 재계만 반가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정부에도 전경련의 힘이 필요하다. 전경련 정관 제1조는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한다'이다.

정관 속 '우리 경제의 국제화'는 낙수효과 없이는 사실상 힘들다. 대기업이 나서야 다른 기업도 수출 활로를 따라갈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포함된 경제단체는 민간 경제외교 역할을 해내긴 어렵다. 이건 전경련이 해줘야 한다.

지난해 여름 미국은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통해 국내 전기차·배터리·에너지 생태계를 뒤흔들어 버렸다. 우리 정부가 늦게 알아챈 탓도 있지만 민간 기업, 특히나 대기업이 미리 미국 측과 조율하지 못했다. 일본과 대비된다. 일본은 도요타 등이 미리 미국 의회와 접촉해 자국산 차량의 구매보조금 혜택은 일부 유지할 수 있도록 손을 썼다. 이 과정에서 일본 게이단렌의 역할도 컸다.

유럽은 핵심원자재법을 올해 공식 발의해 IRA와 유사한 유럽 역내 원자재 보호에 나선다. 강대국 보호무역은 갈수록 첩첩산중처럼 눈앞에 펼쳐지는데 우리만 매번 때를 놓쳐야 하는 걸까. 이럴 때 전경련이 정관 1조 문항처럼 경제외교에 활발히 나선다면 상황은 앞으로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전경련 스스로 자성과 쇄신이 필요하지만 정부와 여론도 전경련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둬야 할 때다.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하게끔 해야 위상도 되살아난다.

[서진우 산업부 jwsu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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