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변양호 “신한 조용병 회장 사퇴때 설명 못들어… 이사회 역할 못해 정치가 개입”
“잘못된 유상증자 막지 못한 책임 지고 싶었다”
“신한금융의 결과적으로 잘못된 유상증자(주식 수를 늘려 자금을 조달하는 것)를 허용해준 사외이사로서 책임을 져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갑자기 3연임을 포기하고 용퇴하겠다고 할 때는 사외이사로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4년 가까이 사외이사로 일하는 동안 ‘바깥 손님’처럼 지냈던 게 아닌가 하는 회의까지 듭니다.”
임기를 두 달 앞둔 지난 13일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에서 조기 사퇴한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은 이날 본지와 만나 “독립적인 사외이사로서 역할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지만 한국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 경험이었다”라고 했다.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일했고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를 설립해 경영하기도 했던 그는 2019년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임명되며 첫 사외이사를 맡아 일하다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유상증자, 책임 지고 싶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굳이 사퇴한 이유는.
“신한금융은 2020년 9월 유상증자를 하고 2년도 되지 않아 자사주를 매입했다. 유상증자 때 주식을 판 가격(주당 2만9600원)보다 자사주를 매입한 가격(2022년 4월 이후 약 4만원)이 훨씬 높았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 거의 그냥 쌓여 있는 상태였다. (신한금융은 주식을 싸게 팔아서 그 돈으로 자기 주식을 비싸게 되산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당시 2년전 유상증자가 잘못됐는데, 이를 허용한 사외이사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선출(지난해 12월) 이후까지 사퇴를 미룬 까닭이 있나.
“당초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3연임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장추천위원회에서 3연임 결정이 날 경우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타이밍상 맞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조 회장이 3연임을 안 하겠다고 용퇴를 하는 바람에 시기가 애매해졌다. 그래도 임기 전에는 사퇴해 잘못된 유상증자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싶었다.”
-한국 금융회사는 외국인 주주도 많이 들어와 있지 않나. 이사회의 기능에 대한 문제가 계속 지적되는데 왜 개선이 안 될까.
“신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센티브 구조를 보면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반하는 발언을 할 인센티브가 없다. 오히려 너무 깐깐하게 굴면 불편해 한다. 미국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미국의 경우엔 사외이사들의 직업 윤리 같은 것이 있어서 경영진 감시를 철저하게 하는 것도 같더라.”
◇“조용병 회장 사퇴, 제대로 된 설명 못들어”
그는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금융지주 이사회의 한계를 토로했다. 그는 “조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면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사퇴를 하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엔 또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조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한다고 이사들에게 통보를 하더라”고 했다.
-당시 조 회장의 사퇴 발표가 급작스럽긴 했다. 사외이사들에게도 설명이 없었나.
“갑작스런 회장 사퇴의 배경이 무엇인지 이사회에 제대로 설명조차 없으니, 농락당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회장 선임이 이사회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특별한 역할이 없었다. 사실 사모펀드(라임) 문제, 앞서 말한 유상증자 문제 등이 있었기 때문에 이사회 차원에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역할을 못했다. 그런데 위원회가 시작하고 나서, 갑자기 발표 순서를 바꿔 조 회장이 맨 마지막 순서로 빠지더니 사퇴를 하겠다고 하더라.”
당시 회장 후보는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 임영진 당시 신한카드 사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진옥동 행장이 차기 회장에 선출됐다.
-조 회장의 사퇴 과정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도 있는데.
“내가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해 이사회가 역할을 하지 못하니 정치와 정부가 들어올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차기 CEO(최고경영자) 선출이라고 생각했고 이와 관련한 의견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으로 다른 사외이사 맡아볼 생각은 없나.
“경영진의 이익이 아닌, 전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서 중립적인 사외이사로 활동할 생각은 있지만 기회가 아마 없을 것 같다. 취지대로 작동하는 독립적인 이사회를 만들기까지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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