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구청장, “누구나 살고 싶은 성동구로 만들겠다”[2023 지자체장에게 듣는다]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 희망을 부풀리는 때다. 하지만 올해 경기 전망이 심상치 않다. ‘힘든 2022년을 보냈지만, 2023년은 더 힘들 수 있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로서는 긴장의 끈을 더 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주민들이 행복한 삶의 터를 만들어 가야 할 책임이 그들의 어깨에 짊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자체장들을 만나 새해 주요 정책과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이번 순서는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다.
서울시 유일한 3선 구청장인 정원오 구청장은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며 “그동안 성동구의 굵직한 숙원사업들이 해결되는 의미 있는 해였다”는 평가로 말문을 열었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철거, 장터길과 금호로 확장, GTX-C노선 왕십리역 신설 확정 등이 오랜 노력 끝에 해결된 숙원사업들이다.
정 구청장은 지자체 최초로 ESG 지표를 개발하는 등 앞서가는 정책을 추진해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실행력을 높인 점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비 문화도시’에 선정되는 등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점도 지난해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는 앞서 8년간 정 구청장을 중심으로 공무원들이 합심해 주민들과 소통해 얻은 결과로 정 구청장은 “그동안 다져온 기반을 바탕으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쳐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구청장은 성동구민이 2022년 10대 뉴스 1위로 꼽은 ‘삼표 레미콘 공장 철거’의 미래 비전도 전했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8월 삼표레미콘 성수공장의 자진 철거를 머쳤으며,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약 2만 2920㎡)를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대상지로 최종 선정했다. 이에 따라 성동구는 삼표공장 부지를 활용해 서울숲 일대를 다양한 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 관광 랜드마크 등 문화·관광타운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정 구청장은 새해에 중점 추진할 사업에 대해서는 우선 경제·행정·교육·문화를 아우르는 ‘4대 도약’과 ‘권역별 4대 중심 프로젝트’ 실행 계획을 수립해 ‘미래 성동’을 향한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예비 문화도시 선정에 이어 스마트 문화도시 지정을 추진함으로써 스마트 도시에 문화가 더해진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구민들을 위한 안전 및 편의시설 확충 사업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갈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송정동 공공복합청사가 오는 7월 중 문을 열고, 금호동·사근동·송정동 등지의 공영주차장 확충도 꾸준히 추진한다. 아울러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유치원과 학교의 시설 및 프로그램 개선에 서울시 최고 수준의 교육경비 85억원을 지원하고, 마장글로벌체험센터와 아이사랑복합센터를 추가 건립한다. 이 밖에 출산가구 산후조리비용 지원, 초등돌봄센터 확충, 발달장애인 특화도서관 조성과 주간보호센터 확충 등 주민 복지에도 힘쓴다.
정 구청장이 무엇보다 신경 쓰는 사업이 왕십리역 일대 개발이다. 왕십리역 일대는 50층 이상 건축이 가능한 역세권 일반상업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공공기관이 모여 있어 비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보이고, 개발 계획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구는 현재의 구청과 경찰서 등을 행당동 소월아트홀 부지로 이전하고 앞으로 동북선 개통과 GTX-C 노선의 왕십리역 정차 등 광역교통 기능이 확장되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 이 일대를 왕십리 글로벌 비즈니스 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세계적 수준의 국내외 유망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키 위함이다.
정 구청장은 “4차산업 분야 벤처기업이나 대기업 본사, 판매·문화 창업지원 시설 등이 들어서 왕십리 광역중심 기능이 강화되면 왕십리역 일대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일자리 창출 확대와 도시 활력 견인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장밋빛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한 산도 많다. 고금리·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2023년 경제 전망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정 구청장도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당장 코앞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팔소매를 걷어붙일 요량이다.
우선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장기융자 75억원을 조성해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저금리 융자 지원을 한다. 추가로 서울신용보증재단 성동지점 및 신한은행과 함께 시중은행 협력 자금을 200억원 규모로 조성해 경영안정과 자금난 해소를 돕는다.
또한 성수동이 신성장 4차산업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도록 권장업종에 로봇산업이나 드론 등의 업종을 추가하는 사업을 마무리해 미래 전략 산업이 입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성수동 디자인 융합 산업특구 지정, 글로벌 ESG 소셜벤처밸리 조성 등을 통해 성수 지역을 글로벌 문화와 첨단산업이 만나는 중심지로 특화함으로써 기존 일자리를 확대하는 동시에 신산업 분야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이 밖에도 정 구청장은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패션 클러스터로 떠오른 성수동 지역의 패션·디자인 관련 산업 실태조사를 벌여 이를 리스트화하고, 업체와 디자이너 간 네트워킹을 통해 상호협력이 가능한 패션 디자인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며 “패션봉제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봉제경력인증제를 실시했는데, 올해부터 봉제 숙련공을 DB화해 일감연계를 지원하고 관련 사업 집적지구 형성을 위한 앵커 시설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성동사랑상품권을 500억원 규모로 발행하고, 소상공인과 지역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점포 디자인을 개선하는 아트테리어 사업도 꾸준히 벌여 나간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 구청장의 바쁜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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