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4㎞로 달리다 "쾅"… 배터리 안전 '이상無'
아이오닉5 안전평가 시연
영유아·남녀 인체 모형에
머리·목 등 센서로 정밀측정
정의선 "품질과 안전은 기본"
연구원들의 센서와 인체모형 점검이 끝나자 충돌지점을 비추는 조명에 불이 들어오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출발신호와 함께 차량을 견인하는 와이어가 감겼고, 시속 64㎞로 내달린 아이오닉5는 큰 소리와 함께 그대로 100t 구조물인 변형벽에 충돌했다. 현장에 마련된 소음 방지 귀마개를 착용했는데도 큰 소리에 순간 움찔할 정도였다.
지난 12일 경기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을 방문해 전기차 아이오닉5의 안전평가 시연을 참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 출시 전 개발 단계별로 정면·옵셋(부분정면), 차대차, 측면·후방 시험 등 실제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차례 이상 진행한다. 충돌 시험 전 버추얼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 충돌 해석과정도 거친다.
한 건의 버추얼 시뮬레이션 과정은 결과를 얻기까지 최소 15시간이 소요되는데, 한 차종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만5000시간 정도가 투입된다. 차량당 소요되는 안전 개발비용만 총 1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안전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안전이 곧 품질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품질과 안전이라는 기본 약속을 지켜나갈 때 고객도 우리를 믿고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기꺼이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험은 '시속 64㎞, 40% 옵셋' 충돌이었다. 시속 64㎞로 차량 전면의 40%를 변형벽에 충돌시켜 차량 내 승객의 충돌 안전성을 시험하는 것이다.
충돌 시험이 끝나자 연구원들은 차량에 다가가 속도와 충돌 부위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차체의 변형, 차량 내부의 특이사항, 누유나 화재 여부,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 구속장치 전개 여부, 문 열림 여부 등을 체크한다.
연구원들이 차량에서 데이터를 회수한 뒤 시험 차량을 직접 둘러볼 수 있었다. 좌측 전면부 충돌 부위가 크게 파손되고 왼쪽 앞바퀴에 펑크가 난 것 외에 차량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차량 문도 전부 다 쉽게 열렸으며 에어백 또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차량 하단부를 살펴봤지만 배터리도 이상이 없어 보였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5는 지난해 IIHS 해당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훌륭함(Good)'을 받았다.
에어백의 보호를 받은 운전자석의 남성 승객 인체모형과 바로 뒷자리에 앉은 여성 승객 인체모형도 큰 이상이 없어 보였다. 27종 170세트의 인체모형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영·유아부터 다양한 체구의 남녀 성인 인체모형을 충돌 시험에 사용한다. 최근 실험에 사용하고 있는 인체모형 '쏘오(THOR)'는 기존 모델 대비 머리·목·흉부·복부·골반·하지 등에 센서를 100개 이상 추가해 더욱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
백창인 현대자동차 상무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 데이터는 모두 수집해 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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