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동규, 허위진술 마다않으며 증거인멸”···사실혼 배우자 판결문 보니

김혜리 기자 2023. 1. 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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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이준헌 기자

법원이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에게 지난 12일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이례적으로 선고한 것은 그만큼 죄질이 나쁘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검찰에 허위 진술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가 유 전 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결문을 15일 보면, 재판부는 대장동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 전 본부장이 애초에 휴대전화를 인닉·인멸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고 A씨도 고의로 휴대전화를 파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과 A씨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검찰 구형량(벌금 200만원)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한 이유이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9월 언론에 대장동 사건이 보도되고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A씨와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 기존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새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기존 휴대전화는 초기화하지 않고 집에 보관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검찰에서 기존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거짓 진술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기가 검찰에 압수되지 않도록 미리 A씨에게 지시해 이를 폐기하도록 했고, 체포·구속된 뒤에도 검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휴대전화에 대해 허위 진술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에야 ‘휴대전화를 찾아서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이 진술도 허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A씨가 휴대전화 인멸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는 재판에서 “단순히 유 전 본부장이 짐을 버려달라는 말에 다른 짐과 함께 휴대전화를 버린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믿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유 전 본부장과 A씨가 휴대전화 인멸 과정에 대해 불명확한 진술로 일관한 것도 형량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A씨를 어떻게든 보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A씨는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에 기해 행동하는 게 아니라 유 전 본부장의 태도 변화에 의존해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이 뒤늦게 자신의 클라우드 서버에 있는 휴대전화 정보 등을 검찰에 제출한 점은 A씨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반영됐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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