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가 폭동 일으킨 시위대 체포 막았다”···브라질, 폭동 배후 수사 본격화
지난 8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폭동 배후에 대한 브라질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브라질 군부가 폭동 당일 시위대 체포를 가로막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룰라 정부 고위 관리들이 폭동이 일어난 지난 8일 밤 육군본부 앞으로 달아난 폭동 가담자들을 체포하려 했으나 군에 의해 가로막혔다고 14일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해 10월30일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승리하자 육군본부 등 전국 군부대 앞에 텐트를 치고 군부대의 쿠데타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리들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0시20분쯤 법무장관, 국방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브라질리아 연방관구 보안장관 등이 시위대 체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육군본부를 방문했으나 군은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캠프에 진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당시 줄리우 세자르 지 아후다 육군 최고사령관이 지누 장관에게 “여기서는 사람들을 체포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리들은 군인들이 캠프에 있던 자신들의 지인들과 친구들이 달아날 시간을 벌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WP는 “이는 군과 경찰, 수천명의 반정부 시위대 사이의 공모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WP는 또 폭동 당시 경비 소홀 혐의로 구금 중인 브라질리아 연방구 군사경찰 지휘관 파비우 아우구스투 비에이라 대령의 진술서를 인용해 군은 지난해 대선 이후 당국의 보우소나루 지지자 캠프 철거 시도를 두 차례 가로막은 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당국은 폭동 발생 전 주요 건물에 대한 경비가 느슨해진 점, 시위대가 의회·대법원·대통령궁을 공격할 당시 경찰의 대응이 무기력했던 점, 상부에 휴가를 떠났다고 보고했던 군사경찰 주요 간부가 현장에 있었던 점 등을 들어 군과 경찰 등 내부 공모자들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군사경찰과 군대에 많은 공모자들이 있었다”면서 “부서진 문이 없는 걸 보면 이들이 (폭도들이) 들어올 수 있게 대통령궁의 문을 열어준 게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브라질 당국은 폭동 배후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라질 경찰은 이날 미국에서 귀국한 안데르송 토레스 전 브라질 연방 관구 안보장관을 공항에서 체포했다. 토레스 전 장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보우소나루 정부에 법무장관을 지냈다. 토레스 전 장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동 조짐을 인지하고도 방관했거나 고의로 막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브라질 당국은 폭동 당일 안보장관직에서 해임된 토레스 전 장관을 조사하던 중 그의 자택에서 선거법원의 권한을 무력화하고 룰라 대통령의 당선을 무효화하는 내용의 대통령 명령 초안을 발견하기도 했다.
당국은 폭동 전 수도에 집결할 것을 요청한 문자 메시지의 출처와 시위대에게 버스를 제공한 이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애초 당국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애그리비즈니스(자본집약적 대규모 농업)를 겨냥했으나 현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마존 규제 완화로 이익을 본 불법 벌채과 관련된 소규모 기업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플라비우 지누 법무장관은 WP에 “폭동에 가담한 자들은 원주민 토지와 공공부지를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제초제와 비료를 밀수한 이들, 불법 채굴을 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대법원이 지난 13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불법 폭동 수사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승인함에 따라 현재 미국 플로리다에 체류 중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강제 소환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민주주의에 맞서 지속적으로 비겁한 음모를 꾸며 ‘예외상태’를 만들려는 공인들은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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