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나눠도 문제?...정유업계, 또 등장한 '횡제세' 논란에 '부글부글'
정유업계가 또다시 떠오른 횡제세(초과이윤세) 논란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해 높은 이익률을 실현한 정유업계가 성과를 직원들과 나누기 위해 대규모 성과급을 준비하자, 정유사들의 수익 창출에 제동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차 등장했기 때문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나머지 정유사들의 성과급도 조만간 확정된다. 현대오일뱅크보다 영업이익이 높다고 전망되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 등의 성과급은 이를 상회할 전망이다.
지난해 1000%를 지급한 SK이노베이션은 실적 개선에 따라 올해 지난해 규모 이상의 성과급을 고민한다고 전해진다. GS칼텍스도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이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상대적으로 직원 수가 적어 매년 가장 늦지만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올해도 예년과 같이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를 직원들에 베풀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 4사는 지난해 조(兆)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이미 2~4조원대 누계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SK이노베이션 4조6822억원, GS칼텍스 4조309억원, 에쓰오일 3조5656억원, 현대오일뱅크 2조7770억원 등이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4분기 실적까지 더하면 3~5조원대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수년 새 재계에서는 기업과 구성원의 이익 공유가 화두였다. 회사가 실현한 이익을 구성원에도 골고루 배분돼야 한다는 인식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졌다. 성과급 책정과 관련해 CEO에게 항의성 메일을 보낸 SK하이닉스 직원과 같은 사례가 곳곳에서 나왔다. 기업들도 관련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만족할만한 성과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유업계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정유업계 구성원들이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성과급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횡제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된다는 점이다. 횡제세는 고유가 상황에서 수익성이 크게 오르는 정유사들에 별도의 높은 세율을 적용해 특정 업계에 과도하게 돈이 몰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고안됐다.
횡제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고유가로 온 국민이 신음하는 동안 정유사들 배만 불렸다고 주장한다. 업계는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정유사들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수출한다. 수출 매출 비중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안팎이 수출을 통해 이뤄진다.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 아니란 의미다.
고유가 시대에 정유사들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고가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저유가 시대에는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산유국들의 무분별한 증산 경쟁으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던 2020년 정유사들은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연(年) 단위로 보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 같아도 다양한 변수에 노출된 사업이라 볼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각사의 노력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의 존재 목적이 영리 창출인데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 받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높은 수익을 올렸을 때 비축한 금액은 언제고 불어닥칠지 모를 저유가 시대를 대비하고 탈(脫)석유 시대 대비를 위한 신사업에 재투자 된다"면서 "지급된 성과급은 소비를 촉진해 전체적인 시장 경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그 해 높은 이익을 냈다고 이를 죄악시하고 불평등한 징벌적 세금을 추가로 물리려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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