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조지아 국경 끝 없는 트럭 행렬···“서방 물자 우회 수입”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유럽연합(EU)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조지아를 거치는 육로로 서방 물자를 우회적으로 수입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13일(현지시간) 조지아 국경 카즈베기 검문소와 국경지대 고속도로 상황을 상세하게 전하며 코카서스 산맥을 넘어 러시아로 물류를 운송하려는 화물 트럭들이 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 관세청에 따르면 화물차들의 대기 행렬은 전쟁 전인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길어졌다. 심하게 밀릴 때는 국경에서 161㎞ 떨어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까지 트럭 행렬이 이어진다고 한다. 러시아로 입국하려는 차량들의 줄이 길어지면서 트럭 운송 기사들은 국경 지대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며칠 동안 숙식을 해결하며 번호표를 받고 입국을 기다린다.
러시아로 향하는 화물들은 대부분 서방의 산업자재와 부품들로 튀르키예에서 출발해 조지아 육로를 거쳐 러시아에 들어간다. 조지아 투자은행인 TBC캐피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튀르키예와 러시아 간 화물 운송은 부피 기준 3배 급증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와 유럽 사이 교역이 끊기고 러시아에 대한 EU의 경제 제재가 시작됐지만, 서방 제품들을 들여올 ‘우회 경로’를 찾은 것이다.
조지아는 구소련 연방의 일원이었던 국가로 2008년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조지아 정부는 서방 측 제재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재화의 유통에 있어서 대체로 방해가 없다고 비판한다. 마리아 샤기나 국제전략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NYT에 “조지아는 공식적인 친서방 성향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 사이 균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후 러시아는 원상표권자들의 동의 없이 별도 채널을 통해 수입하는 ‘병행 수입’ 방식으로 200억 달러(약 24조8000억원) 규모의 상품을 들여 왔다. 이중 상당 부분이 자동차와 공장 기계다. NYT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말 러시아의 수입 규모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서방 제재에도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3%라고 밝혔다. NYT는 이를 두고 “러시아의 성장 전망은 어둡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러시아 경제의 완전한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조지아를 통과하는 유럽 화물 중 얼마나 많은 것이 EU 제재 대상인지 파악할 수 없지만, 이는 EU 제재의 잠재적 허점을 드러낸다”고 논평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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