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잇단 ‘수도권 행보’···속내는 복잡

조문희·문광호 기자 2023. 1. 15. 16: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왼쪽)이 15일 서울시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서울 양천갑 당원대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15일 수도권 민심 확보에 진력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은 이날 조수진 의원(비례)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양천갑 당원대회에 참석해 제각기 지지를 호소했다. 수도권에서 지지세 확장 행보를 펼치는 모습이다.

안 의원은 이날 당원대회에서 “(우리가) 지난 총선에서 왜 패배했나. 수도권의 패배”라며 “호남과 영남은 어느 정도 구도가 짜여있다. 결국 수도권에서 누가 이기느냐, 누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느냐가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수도권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당권주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차례로 회동을 한다. 김 의원은 이날 저녁 오 시장과 만났다. 김 의원은 만찬 후 “전당대회 과정에서 통합과 안정감을 갖춘 형태로 당이 잘 운영돼 윤석열 정부 성공을 잘 견인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친윤이니 반윤이니 하는 용어가 사라지고 매우 화합된 분위기에서 총선을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나경원 전 의원과 안 의원은 각각 오는 16일과 17일 오 시장과 회동한다. 안 의원은 이날 늦은 오후엔 서울 성북구 시·구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경기 고양, 파주 지역 당원들을 만났다.

수도권 호소 행보는 같지만, 속내는 주자마다 복잡해 보인다. 김 의원의 수도권 움직임은 보완의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안 의원과 윤 의원이 제기한 ‘당대표 주자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당내 수도권 표심을 상징하는 오 시장과의 만남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수도권 단체장을 만나면서 지역 현안에 대한 건의사항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김 의원과 오 시장의 만찬 계획은 안 의원, 나 전 의원 등 경쟁자보다 앞장서 만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급히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날 당원대회에서도 수도권 민심의 중요성을 적극 부각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반드시 대통령과 말과 뜻이 통하고 눈빛만 봐도 서로 마음을 이해할 대표를 뽑아야 한다”며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내세웠다. 당원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각 권역별로 순회하면서 앞으로 지역 민심·당심을 모아 나가겠다”며 수도권을 ‘하나의 권역’으로 언급했다.

김 의원 지역구는 울산남구을로, 국민의힘의 전통 지지층인 영남권에 속해 있다. 앞서 김 의원은 전날 대구 구미에서 연 전당대회 출정식에서 “박정희 공항”을 언급하며 대구·경북(TK) 당원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부산사하을이 지역구인 조경태 의원도 수도권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 없이 “비례대표 폐지” “국회의원 면책 특권 폐지” 등 개혁 과제를 앞세웠다.

반면 안 의원은 수도권을 선거의 중심축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날 당원대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영남에 뿌리를 둔 수도권 현역 의원”이라며 “서울에서 초선과 재선, 특히 어려운 강북에서 선거를 이겼고 경기도에서도 이겼다”고 수도권에서의 강세를 홍보했다. 윤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해 “수도권 출마를 할 수 있다는 선언을 하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 성남분당갑, 윤 의원은 인천 동미추홀을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당원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발언과 직 사임 여부를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노출한 뒤 사찰 방문 등 일부 일정을 제외하곤 잠행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동작구 흑석동 성당 미사에 참석한 뒤 당대표 출마 여부 결정 시기를 묻는 질문에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