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볼튼 내한, 첫 소절부터 탄성...진행 미숙에 기획사는 사과문 [리뷰]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1. 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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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내한 공연...12곡 열창
70세에도 여전한 가창력 선보여
지연·음향사고 등 진행 미숙 오점
게스트 무대만 100분...환불 요구도
미국 팝스타 마이클 볼튼이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내한 공연에서 기타를 멘 채 열창하고 있다. 70세의 나이, 머리는 하얗게 변했지만 뻗어나가는 가창력과 절절한 목소리는 변함 없었다. <사진제공=KBES>
70세 팝의 거장, 마이클 볼튼의 여전한 가창력은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감탄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1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내한 공연 ‘앙코르, 마이클 볼튼 라이브 인 서울’에서 만난 그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일순간 관객을 몰입시켰다.

볼튼은 역대 7500만장 넘는 앨범 판매량을 올린 싱어송라이터이자 1990년대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표 주자다. 당초 지난해 11월 공연 예정이었지만 10월 말 벌어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추모 의미로 공연을 연기해 14~15일 양일간 한국 팬을 만났다. 볼튼은 이날 공연에서 첫 곡을 부른 직후 희생자 추모를 제안했고, 1분간 1만 관객과 함께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첫 곡은 경쾌한 멜로디에 간절한 희망을 담은 가사를 가진 ‘Stand By Me’(원곡 Ben E. King). 노장 팝스타는 직접 기타를 메고 무대로 걸어나왔다. 9년 만의 내한, 오랜 기다림 끝에 볼튼을 만난 관객들은 밴드와 코러스의 전주 후 그의 육성으로 나온 첫 음에 환호성을 터뜨렸다.

위아래로 갖춰입은 어두운 색 정장과 검은색 기타는 하얗게 센 그의 머리카락과 대비를 이뤘는데, 목소리 만큼은 노년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에게 두번째 그래미 상을 안겼던 곡 ‘When A Man Loves A Woman’에서도 고음이 뻗어나오는 첫 소절에 장내가 탄성을 내질렀다.

비록 젊은 시절처럼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꼿꼿한 자세로 감미로운 고음과 쩌렁쩌렁한 성량을 뻗어낼 때 만큼은 나이가 무색했다. ‘Said I Loved You But I Lied’를 부를 땐 스탠딩 마이크를 두 손으로 들고 무대 양 끝을 누비며 예전의 무대 매너를 그대로 보여줬다. 전 세계적 히트곡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는 여가수 크리시 폴란드와 듀엣 버전으로 부르면서 여유롭게 관객의 떼창을 유도했다. 볼튼은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땡큐 쏘 머치(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받은 많은 사랑과 지지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미국 팝스타 마이클 볼튼이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내한 공연에서 기타를 멘 채 열창하고 있다. 70세의 나이, 머리는 하얗게 변했지만 뻗어나가는 가창력과 절절한 목소리는 변함 없었다. <사진제공=KBES>
그러나 무대 안팎의 공연 운영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당초 볼튼 내한 공연에 2명의 한국 가수가 게스트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홍보됐지만, 정작 게스트 가수의 무대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볼튼이 첫 무대에 등장한 건 공연 시작 2시간이 흐른 오후 8시가 다 돼서였다. 당초 100분으로 공지된 공연 종료 시간을 이미 넘긴 때였고, 이후 볼튼이 1시간 무대를 채워 180분 만에 공연이 끝났다.

6시에 시작하기로 한 공연은 아무런 공지 없이 20분 가까이 지연됐다. 게스트로 초대된 가수 유미와 정홍일(레드원 밴드)이 각각 30분, 1시간 동안 무대에 올랐다. 심지어 가수가 바뀔 때마다 오케스트라·밴드 세션 재정비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유미와 정홍일 사이에 7분, 정홍일과 볼튼 사이엔 15분여의 공백이 떴다. 일부 관객은 “볼튼은 오는 거냐” “완전 사기다”라고 고성을 질렀다.

한 관계자는 “볼튼 측은 공연 사흘 전에 입국했고 리허설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큐시트 변동이 있었다. 공연 시간 지연은 예상 못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KBES 측은 “관객의 실망과 질책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홈페이지엔 공연 중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등 음향 사고, 제주·대구·울산 등 지역에서 온 관객들의 숙소·교통편 문제, 미국 가수임에도 통역이 없었던 점 등을 지적하는 환불 요구가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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