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없이 추락하는 테슬라 이미지…'머스크 리스크' 계속 [뉴스+]
머스크 ‘정치편향’에 민주당 지지층서 반감 커져
전기차시장 패권 흔들…“현대차·기아 등에 잠식”
230조원 까먹은 머스크, ‘최다 재산 감소’ 기네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테슬라에 호의적인 시각을 가진 미국 성인은 13.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서는 16%, 지난해 1월에는 28.4%가 테슬라에 호의적이었다. 최근 1년 사이에 호감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특히 테슬라는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호감도가 급락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인 가운데 테슬라에 호의적이라는 응답은 3%에 그쳤다. 지난달만 해도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테슬라에 호감이 있다는 응답자는 10.3%였다. 포브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일반적인 CEO들과 달리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서슴없이 드러낸 것이 테슬라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머스크 리스크’에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도 테슬라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가 주춤한 사이 미국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약진하는 모습이다. 또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성장하는 추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테슬라의 작년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하락과 관련해 머스크가 이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보제공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미국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 52만5000대 가운데 테슬라의 비중이 65%로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2020년의 79%보다는 14%포인트 빠졌다. 테슬라에 이어 포드(7%), 기아(5%), 쉐보레· 현대차(각각 4%) 등이 뒤를 이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 격화 속에 테슬라 이외의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양사 합해 9%를 차지한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테슬라 점유율을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WP는 머스크가 트위터의 위기상황 대응에 집중하면서 테슬라의 부진을 부채질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또 그가 트위터 인수 후에 보여준 경영상의 혼란, 극우적 밈(meme·인터넷 유행콘텐츠)·음모론에 호응하는 자세 등으로 인해 그의 과거 팬들이 테슬라 차량 구매를 꺼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대신 다른 브랜드 차량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2년 전이었다면 100% 테슬라를 샀겠지만, 머스크의 최근 언행으로 인해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게 됐다고 WP에 말했다.
테슬라는 수요 부진에 대응해 미국과 중국 등에서 연이어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더 많은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S&P 글로벌의 스테퍼니 브린리 애널리스트는 아직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테슬라는 이미 전 세계에 4곳의 생산시설이 있고 신모델 출시 계획도 있는 만큼 경쟁에서 일정부분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들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1∼9월 전기차 1만3000여대가 팔렸는데, 태국 카시콘 리서치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이 가운데 80% 정도는 중국산이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제너럴모터스(GM)·상하이자동차(SAIC)·우링자동차 합작사인상하이GM우링자동차(SGMW)가 시작가 1만5000달러(약 1867만원)로 내놓은 전기차가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미중 갈등 등을 고려할 때 중국 브랜드가 미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은 작지만, 이들이 동남아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선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테슬라가 판매 부진으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할인 전 테슬라 구매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14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가 이번 주 대규모 가격 인하를 발표한 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테슬라는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남아돌자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세단인 모델3와 모델S, SUV인 모델Y와 모델X의 판매가를 최대 20% 할인했다. 이에 따라 모델3의 경우 1만 달러(1240만원), 모델Y의 경우 1만3000달러(1614만원)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할인 직전 테슬라 차량을 산 구매자들로서는 많게는 1만달러 이상 날린 셈이 됐다. 이번 할인으로 중국 일부 매장에서는 시위가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테슬라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의 이미지 추락은 주가에도 반영된 모습이다. 지난해 테슬라 주가 폭락으로 머스크는 230조원에 가까운 재산을 까먹으며 기네스북의 최다 재산 손실 부문에서 ‘불명예’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기네스북은 억만장자 재산 현황을 집계하는 경제 매체 포브스 자료를 인용해 머스크가 지난해 1820억달러(227조1300억원) 자산 감소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머스크는 기존 기록 보유자인 일본 소트프뱅크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을 가볍게 앞질렀다. 손정의는 2000년 586억달러(73억1300억원) 재산 손실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나 머스크는 기존 기록의 3배가 넘는 재산을 잃으면서 신기록 보유자로 등재됐다.
머스크 재산이 급감한 것은 테슬라 주가가 지난 한 해 동안 65% 폭락했기 때문이다. 2022년 테슬라 주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큰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다 머스크가 작년 10월 말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테슬라의 낙폭은 더욱 커졌다. CNBC 경제 방송은 머스크의 최다 재산 감소 신기록에 대해 “테슬라의 ‘테크노 킹’(머스크)이 최악의 2022년 덕분에 이력서에 기네스 세계 기록 보유자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고 촌평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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