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넘어선 권순우, 기세 이어 내일 호주오픈 출격
권순우(84위·당진시청)의 강력한 백핸드 리턴이 코트 왼쪽 구석으로 향했다.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26위·스페인)이 공을 힘겹게 따라가 패싱 샷을 시도했지만, 옆 라인을 살짝 벗어났다. 이 공이 호크아이 판독 끝에 아웃으로 확인되자 권순우의 얼굴에 그제서야 환한 미소가 번졌다.
권순우가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두 번째 우승 소식을 전한 첫 한국 선수가 됐다.
권순우는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끝난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총상금 64만2735달러) 결승에서 바우티스타 아굿과 2시간42분에 걸친 혈투 끝에 2-1(6-4 3-6 7-6<7-4>)로 승리했다. 프로 데뷔(2015년) 이후 6년 만인 2021년 9월 아스타나오픈에서 뒤늦게 감격적인 첫 우승을 신고한 권순우가 개인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권순우는 이번 우승으로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1회)을 넘어 한국인 ATP 투어 최다 우승 선수가 됐다. 우승 상금은 9만7760달러(약 1억2141만원)다.
행운이 따랐고, 권순우는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본선 불참 선수가 생긴 덕에 ‘러키 루저’로 본선에 합류했다. 1회전에서 곧바로 자신을 탈락시킨 토마시 마하치(115위·체코)를 꺾으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권순우는 세계 랭킹 15위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스페인)를 2-1(3-6 6-4 6-4)로 제압하는 등 세계 톱랭커를 연이어 꺾고 정상에 올랐다. 바우티스타 아굿도 35세 베테랑이지만 개인 최고 랭킹 9위까지 오르는 등 지금까지도 정상급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권순우는 우승 랭킹 포인트 250점을 받아 다음 주 발표될 세계 랭킹에서 ‘커리어 하이’와 타이인 52위까지 오른 뒤 새해 첫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에 출격한다. 대진도 나쁘지 않다. 16일 단식 1회전에서 만날 크리스토퍼 유뱅크스(123위·미국)는 한 번 만나 승리한 적이 있다. 1회전을 통과하면 보르나 초리치(23위·크로아티아)-이르지 레헤츠카(78위·체코) 경기 승자와 만난다.
권순우는 2021년 프랑스오픈 3회전이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이다. 호주오픈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2회전에 진출했다.
권순우는 우승 직후 “상대를 연파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부담이 없었는데, 올라갈수록 간절함이 생겼고, 결승에선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호주오픈에 대해서는 “대진운이 좋다고 생각 안 한다”고 긴장감을 유지했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에서 한츠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호주오픈 기대감을 높인다. 빠른 템포로 때리면서 좌우 코너워크에 노련함이 더해진 포·백핸드에 경쟁력이 강화됐다. 포핸드에 강점을 갖고 있는 아굿을 스트로크 게임에서도 압도했다. 위너에서는 42-23으로 앞섰다. ATP 투어 홈페이지는 “권순우가 결정적인 순간 강력한 포핸드로 랠리를 컨트롤했다”고 평가했다.
약점으로 꼽히던 서브에도 점차 힘이 실린다. 이날 최고 시속 210㎞의 강서브가 터지며 서브에이스를 11개나 기록했다.
메이저대회는 5세트 경기를 치른다. 채 48시간 휴식도 없이 호주오픈에 나서는 권순우에겐 체력적인 부담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권순우는 “나는 젊다. 회복 잘하면 어려운 경기라도 잘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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