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트, ‘세계미술 시장의 심장’ 뉴욕에 우뚝 서다
LA카운티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도 ‘호평’
‘오징어게임’의 나라 한국 “미술도 궁금하다”
한국미술관 기획 근현대미술전 수출 요청도
전시 관계자들 “급격한 변화 피부로 체감”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일본 가나자와미술관은 지난해 1개의 전시 덕에 98만명의 관람객을 맞이했다. 한국 현대미술 전시인 ‘문경원&전준호-미지에서 온 소식’전 때문이다. 전시작 중엔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이정재와 임수정이 노개런티로 출연한 ‘세상의 저편’을 비롯,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 ‘자유의 마을’을 소재로 한 ‘미지에서 온 소식 : 자유의 마을’ 등이 있었다.
방탄소년단(BTS)과 오징어게임이 불을 당긴 ‘K컬쳐 열풍’이 K아트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해외 미술관에서 한국미술 기획전을 하는가 하면, 국내 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가 해외로 수출도 된다. 특히 글로벌 미술계의 중심부인 미국과 유럽 소재 미술관들도 한국 미술과 작가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올해 9월에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한국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1970’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전시로, 5월에 먼저 서울에서 소개하고 같은 전시가 9월 뉴욕으로 이동한다.
이 전시는 지난 2017년 안휘경 큐레이터와 리처드 암스트롱 구겐하임 관장이 한국을 방문했다가 실험미술전을 제안한 것으로 시작됐다. 양 기관은 그 다음 해인 2018년부터 실험미술에 관련한 리서치를 진행했다.
다만 2021년 9월에 전시를 개막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미뤄져 올해 9월에 성사됐다. 전시가 열리는 구겐하임의 타워는 메인홀인 로툰다와 각 층마다 연결된 공간으로, 총 3개 층이 강국진, 김영진,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등 작가 26명의 작품 100여점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국내 미술관과 공동 기획으로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는 이미 LA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는 개막과 동시에 아트뉴스페이퍼, 선데이타임즈, 뉴욕타임즈, LA타임즈 등 현지 레거시 미디어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우아하고 근엄하고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예술에 대한, 놓쳐서는 안 될 연구 성과물”이라며 “한국이 세계 최고 문화강국으로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는 이때, 이 작품들은 우리가 알아야 할 한국의 모더니즘”이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1897년부터 1965년 시기 한반도에서 제작된 작품 1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서구권 미술관이 한국 근대미술을 주제로 기획전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미술이 글로벌 미술계 중심지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그 입지를 공고히 하기 시작한 배경엔 K컬쳐 등 소프트 파워의 강화가 꼽힌다. LACMA ‘사이의 공간’전과 베니스 ‘윤형근’전을 이끈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은 “세계 미술계의 센터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좋은 시기에 대규모로 한국 미술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물론 이전에도 국내 미술관과 해외 미술관의 교류는 있었다. 세미나는 물론, 소장품을 수수료를 주고 빌려오는 전시나 순회전을 소개하는 경우도 많았다. 미술관 사이 협력 1단계가 교류전이라면 2단계는 공동기획전, 3단계는 국내 기획전의 수출이다. 김 팀장은 “최근 가장 달라진 것은 국내에서 한 전시를 해외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다 꿰고 있고, 전시를 보내달라는 요청도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채색화 기획전인 ‘생의 찬미’(2022)를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소장품 교류전도 한결 수월해졌다. 2019년 영국 테이트모던과 손잡고 ‘데이비드 호크니’전(37만명 관람)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휘트니미술관과 공동기획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선보인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국제미술 현장에서 K컬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미술 이해도도 동반상승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전시 협력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미술이 글로벌 메인 스트림에 편입되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작가도 많아졌고, 미국 주요 미술관에 한국인 큐레이터가 1명씩은 근무하는 등 어느 때보다 환경은 좋아졌지만, 국내 미술계를 주도하는 공공 기관들이 대부분 1년 단위로 예산이 책정돼 긴 호흡으로 가는 해외 기관과 보폭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 관장은 “우리와 해외 미술기관 운영 프로토콜과의 ‘시차’는 여전히 걸림돌”이라며 “한국 작가에 대한 비평적 해석과 학술 연구가 전제된 양질의 출판물 부족도 채워가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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