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 ‘극단적 선택’ 병사보다 간부가 더 많아...비대면 심리상담에서 해법 찾는다

강국진 2023. 1.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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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보다 많은 간부 자살 문제, 익명보장 심리상담으로 활로
“많은 도움 됐다” 호평 속에서도 사업예산은 고작 3억원
“진급·낙인효과 걱정 풀어주고 상담 적극 장려해야”

많은 군 간부들이 군복무 스트레스와 우울감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진급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군기가 약하다’는 낙인이 찍힐까봐 신경쓰여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는 병사 자살률보다도 더 심각해진 군 간부 자살률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군 간부들을 위한 해법으로 민간 심리상담사를 통해 익명이 보장되는 비대면 방식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국방부가 15일 밝혔다.

‘민간 심리상담지원 프로그램’은 군 간부와 군무원이 카카오톡에 개설된 심리상담 채널을 통해 신청하면 심리검사를 한 뒤 ‘위험군’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처음 시작한 2020년에는 초급간부 대상이었다. 연간 이용자 114명(384회)이었지만 2021년에는 이용자 359명(1020회)로 늘었다. 2022년부터는 모든 간부와 군무원 대상으로 확대하면서 이용자가 779명(2744회)으로 급증했다.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군에 처음 도입된 건 2005년이었다. 병사 자살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자 군에서는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기본권전문상담관을 만들었고 2008년부터는 외부 상담기관과 연계한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제도를 시행했다. 군 안팎으로 인권의식도 높아지면서 자살률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제는 병사보다 간부가 더 많이 자살하는 시대가 됐다. 국방부 내부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는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와 간부가 각각 58명과 36명이었지만 2015년 22명과 31명으로 역전됐다. 2020년 기준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와 간부는 각각 15명과 25명이었다.

군 간부 자살예방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여러 차례 수행했던 김광식 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인은 강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고민을 쉽게 털어놓지도 못하는 군 간부들에겐 익명이 보장되는 전화상담을 통해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효과는 분명하지만 현장 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당장 국방부와 국회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인식이 낮다. 심리상담 지원을 위한 예산 규모는 2020년 5000만원, 2021년 1억원, 2022년에 3억원에 불과했다. 2023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9억원으로 증액하려는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동결됐다. 경찰청이 올해 간부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책정한 예산이 37억원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국방부가 군 간부 정신건강 문제에 무관심하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심리상담 대상을 ‘위험군’으로만 한정하고 상담횟수 역시 1인당 5회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심리검사를 신청한 것 자체가 큰 용기를 낸 것인데 ‘충분히 위험하지 않다’는 이유로 상담을 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고위험군은 횟수 제한이 없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1인당 평균 상담횟수는 3.5회였다.

통상적인 심리상담프로그램에서는 1인당 최소 8회에서 10회를 권장한다. 3.5회는 문제를 진단하고 상담사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초기단계에서 해당한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시급하지도 않은 각종 시설투자에 들어가는 예산엔 수십억원 수백억원씩 배정하는 게 현실인데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상담을 받았다가 혹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받거나 진급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현장 분위기 역시 걸림돌이다. 군 관계자는 “어떤 부대에선 지휘관이 먼저 나서 심리상담을 권장하는 반면, ‘간부가 지휘를 해야지 무슨 상담이냐’며 심리상담은 물론 심리검사를 받는 것 조차 터부시하는 지휘관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연구위원은 “미군에선 ‘도움을 요청하는 군인이 진정으로 용감한 군인’이라는 캠페인까지 벌이며 심리상담을 장려한다”면서 “군 간부의 정신건강은 인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방력 문제”라고 말했다.

민간심리상담지원프로그램 추이

강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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