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임금체불 처벌 ‘고소 취하’했다면...대법 “하청도 처벌 제외”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김호영 기자>

임금체불을 당한 근로자가 원청업체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하청과 재하청 업체들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의 상고심에서 공소 일부 기각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14년 플랜트 제조업체인 원청업체 대표 A씨는 B씨 등에게 일부 작업을 도급했고 B씨도 C씨에게 재하청을 했다. 즉, C씨에서 A씨에게, A씨에서 B씨로 도급에 재도급이 이어진 구조다.

이후 B씨는 근로자 17명의 임금인 7200만원가량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근로기준법상 상위 수급인 역시 연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원청은 상당수 근로자와 합의를 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 중 합의에 이르지 못한 근로자분의 임금체불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공소기각했다. 다만 A씨와 합의한 근로자들이 B씨와 C씨와도 합의한 것은 아니라며 17명분의 임금체불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하청업체에도 처벌불원 의사가 적용돼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하수급인이나 직상 수급인만 따로 처벌받기를 원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 것”이라며 “하수급인과 직상 수급인을 배제한 채 오로지 상위 수급인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쉽게 단정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