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키 루저'에서 우승까지... 한국 테니스 새 역사 쓴 권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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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 루저'로 올라와서 부담이 없었는데 올라갈수록 간절함이 생겼어요. 결승에선 모든 걸 쏟아 부었습니다."
권순우는 바우티스타 아굿을 압도하며 역대 투어 10번째 '러키 루저' 우승자가 됐다.
우승 상금 9만7,760달러(약 1억2,100만 원)를 챙긴 권순우는 "사실 오늘은 그 전보다 경기력이 안 좋아 긴장했지만, 결승이니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가 좋았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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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종료 후 삭발로 도약 의지 보여
약점이던 체력·서브 보완 주효
호주오픈 1차전서 123위와 맞대결
“‘러키 루저’로 올라와서 부담이 없었는데 올라갈수록 간절함이 생겼어요. 결승에선 모든 걸 쏟아 부었습니다.”
겨울이 시작될 무렵 삭발에 가깝게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어렸을 때부터 화려한 헤어 스타일을 좋아했던 그였기에 많이 어색했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이었다. 그는 겨울 동안 약점이었던 서브를 보완하고 체력 훈련에 매달렸다. 그렇게 치열한 준비로 기적처럼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권순우(26·세계 84위·당진시청)가 한국 남자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26위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을 2-1(6-4, 3-6, 7-6<4>)로 꺾었다.
이로써 권순우는 2021년 9월 ATP 투어 아스타나 오픈에서 첫 우승을 맛본 데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투어 우승을 달성하면서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1회)을 넘어 한국인 ATP 투어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가 됐다.
우승 과정도 극적이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전초전 성격을 갖는 이 대회에서 권순우는 예선 2회전 때 토마스 마하치(115위·체코)에게 1-2로 무릎을 꿇으며 일찍 짐을 싸는 듯했다.
하지만 본선 불참자가 나오면서 권순우는 ‘러키 루저(Lucky Loser)’로 본선에 합류하는 행운을 누리더니 승승장구했다. 특히 16강전에서는 세계 랭킹 15위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스페인)를 잡는 이변도 일으켰다.
결승 상대인 바우티스타 아굿은 한때 세계랭킹 9위까지 올랐고, 노박 조코비치(5위·세르비아)도 3번이나 이긴 강적이었다.
하지만 권순우의 '파워'는 이전보다 강해졌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체력 훈련에 집중했고 특히 약점 가운데 하나인 서브 보완에 힘을 쏟은 결과다. 그는 최고 시속 210㎞의 서브를 때리며 바우티스타 아굿을 압박했다. 권순우의 결승전 첫 서브 득점 성공률은 79%를 기록했다. 세컨드 서브도 득점으로 연결된 비율이 51%로, 바우티스타 아굿(44%)을 크게 앞섰다.
포핸드 샷은 힘과 템포에서 모두 업그레이드됐다. 권순우는 좀처럼 베이스라인 뒤로 빠지지 않고 공격적인 샷을 날리며 상대를 압박했다. ATP 투어 홈페이지는 “권순우는 결정적인 순간 무시무시한 포핸드로 랠리를 컨트롤했다”고 평가했다. 권순우는 바우티스타 아굿을 압도하며 역대 투어 10번째 ‘러키 루저’ 우승자가 됐다.
우승 상금 9만7,760달러(약 1억2,100만 원)를 챙긴 권순우는 “사실 오늘은 그 전보다 경기력이 안 좋아 긴장했지만, 결승이니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가 좋았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권순우는 16일부터 호주오픈에 출전한다. 1회전 상대는 크리스토퍼 유뱅크스(123위·미국)다. 지난해 한 차례 만나 2-1로 승리한 바 있다. 권순우는 “메이저 본선을 뛰는 선수라면 경기력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질 수도, 이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젊다. 회복을 잘하면 어려운 경기라도 잘 치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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