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공시에도 계속되는 예대금리차 불만, 왜?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모든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토록 했지만 은행이 금리 인상기에 예금금리는 소폭으로, 대출금리는 대폭으로 올린다는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공개되는 지표는 예대금리차가 축소된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예금금리는 적게 오르는 반면 대출금리는 많이 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시장금리가 예금과 대출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고,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하는 차주가 많아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 인상 체감도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과 저축성수신의 금리 차(예대금리차)는 2019년 말 1.38%포인트에서 2020년 말 1.89%포인트, 2021년 말 1.96%포인트로 커졌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5월에 2.12~2.16%포인트를 기록하며 확대세를 유지했으나, 6월 1.82%포인트로 낮아졌고 11월에는 1.2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3.25%로 2%포인트 올리는 동안 예대금리차 변화는 일관되지 않았던 셈이다.
금융당국은 현재처럼 예대금리차 논란이 컸던 2021년 11월18일 “코로나19 이후 예대금리차가 확대됐지만 2021년에는 2%포인트 내외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면서 “유동성이 커지면서 은행이 예금금리를 크게 낮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2021년) 10월에는 예금금리 조정이 지연된 만큼 예대금리차가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 그 해 10월 예대금리차는 전월보다 0.16%포인트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대금리차가 지난해 말에 확대됐는지는 한은이 이번달 말 발표하는 ‘2022년 1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자금 쏠림 현상을 억제한다며 지난해 11월 은행에 예금금리 인상(경쟁)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고 12월에는 금융채 발행 재개를 허용했다. 이후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예금금리는 5%대에서 최근 3%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은행업권은 예금과 대출 금리 산정에 시차가 있어서 실제 예대금리차와 체감도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지난 11일 “지난해 말 예금금리 하락분이 오는 16일 발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반영되면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지난해 3월 낸 보고서에서 “2004년 10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분석한 결과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은 금리 하락 시에 예금 금리가 대출보다 더 크기 하락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라는 점도 기존 차주들의 금리 인상 충격을 높이는 요소이다. 변동금리 상품은 코픽스 등을 기준으로 통상적으로 6개월에 한번씩 금리가 조정된다. 차주가 시장 변화를 한꺼번에 체감하고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도 갑자기 늘어나게 되는 구조이다.
신규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이 접하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상단도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 각 은행은 신용등급(현 신용평점) 3등급 차주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범위(밴드)를 공시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차주가 우대금리 혜택을 받기 때문에 금리 상단을 적용받는 주택담보대출 차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예대금리차 확대 여부가 문제될 때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금리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도 반복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은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인상했으나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 직전에 예금 금리뿐 아니라 대출 금리도 낮췄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메시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은행이 시장 상황에 맞게 성장성, 건전성, 수익성을 추구해나가는데 당국이 즉각적인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압박하면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장이 과열되면 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방치했다면 다른 업권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현재 대출금리도 더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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